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사업자의 ‘인터넷 통신량(트래픽) 통제·관리’ 금지 여부를 결정할 회의 일정을 12월 하순으로 연기했다. 논쟁의 소지가 많은 규제안을 두고 검토할 시간을 더 얻기 위한 조치다. 인터넷 개방 원칙을 담은 ‘망 중립성’ 확보 정책을 추진하는 민주당과 이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시선이 FCC에 집중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FCC는 12월 15일로 예정했던 ‘인터넷 트래픽 관련 규제’ 회의를 같은 달 2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망 중립성’ 확보 계획이 완료된 뒤에나 인터넷 트래픽 관련 규제방안을 의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젠 하워드 FCC 대변인은 12월 회의에서 망 중립성 규제를 본격적으로 다룰지에는 함구했다.
논쟁의 중심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이용자에 따라 트래픽을 차별화해 제공하도록 하는지다. 이용료에 비해 과도한 트래픽을 차지하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인터넷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막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사업자 측 요구다. 궁극적으로 서비스 이용료를 더 많이 내는 소비자에게 트래픽 우선권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망 중립성 정책 지지자와 여러 시민단체는 사업자의 트래픽 통제를 허용하면 인터넷이 이용료에 따라 계층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요금을 많이 내는 이용자에게 더 빠른 인터넷을 제공하는 체계가 전체 소비자의 편익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계는 FCC의 ‘망 중립성’ 규제 기준이 서면 인터넷 트래픽 관련 논쟁까지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공화당은 통신사업자의 인터넷 트래픽 통제·관리를 제한하는 규제에 반대했다. 이러한 규제가 통신사업자의 투자예산과 일자리를 줄여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9명은 지난주 공식서한을 통해 “망 중립성에 관한 FCC의 모든 행위(규제)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지 시장분석가들은 FCC가 망 중립성에 관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광대역통신망을 ‘정보(information) 서비스’가 아닌 ‘전기통신(telecommunications) 서비스’로 재분류해 규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새 통신사업영역(역무) 분류체계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소비자 편익을 위한 규제 강화 의지를 구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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