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은 학교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아이들과 함께 해파리 DNA를 복제하고, 바퀴벌레 신경세포의 전기자극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계측장비를 조립하고, 심지어는 일반 차량을 전기차량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런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2010년 8월 디트로이트에서 있었던 메이커 페어(Maker Faire)에서는 위에 열거한 모든 것들이 실제로 아이들에 의해 제작돼 공유되고 공개됐다.
이틀간 열기를 뿜어낸 이 축제에는 과학자·공학자·음악갇예술가 그리고 학생과 일반인 등 2만2000명의 열정적인 사람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발명품과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동시에 이를 즐기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만든 것을 자랑하기만 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대한 즉석 프fp젠테이션과 공연을 보여주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창조성을 즐긴다.
이미 여러 교육학 연구에서 프로젝트에 기반을 둔 교육이 전통적인 교육에 비해 시험성적이 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구하는 기술이나 전체적인 이해도는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DIY(Do it Yourself) 노력을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진취적 사고를 기르며, 결국에는 사고와 학습패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교 시스템은 이런 방식의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읽고 쓰는 방식의 교육도 의미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자가 되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가치를 눈에 보이거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내면서 살아간다. 결국 교육의 방식과 실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DIY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학교를 만든다면 어떨까. 물론 정규학교와 같이 무거운 것일 수도 있지만, 여름캠프나 워크숍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두 바퀴로 가는 전동기계인 세그웨이를 발명했던 딘 케이먼은 ‘퍼스트 로봇틱스(FIRST Robotics)’라는 대회를 열었다. 그는 아이들과 엔지니어들이 한 팀이 돼 멋진 로봇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도록 한 것이다.
메이커 미디어와 디즈니-픽사의 익스플로러토리엄, 테크숍은 최근에 손을 잡고 아이들을 위한 ‘영 메이커스 프로그램(Young Makers Program)’을 출범시켰다.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이미 7피트에 이르는 불을 뿜는 용 로봇이나 모바일 스파이 카메라, 불 뿜는 오토바이 등을 제작했다.
아이들이 로켓을 만들고, 연을 만들고, 새 집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단순히 기술만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수학과 물리, 화학도 배우며 동시에 자신의 창조성과 자신감, 그리고 기획력과 호기심, 더 나아가서는 협업과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
과연 이런 창조적인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현재의 학교 시스템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미 미국에서는 이러한 창조혁신과 이를 따르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부, 또한 부모들 모두가 미래에 대한 구상을 다시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교육 시스템과 환경만으로는 결코 미래를 주도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 jihoon.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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