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전자책 사업 제휴를 제안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우려의 목소리는 ‘종이책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갗다.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상대적으로 싸다. 따라서 이전에 발행된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말미암아 재고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걱정과 전자책이 해킹돼 무료 사용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고민이 많다. 고민의 결과로 출판사들은 신간 대부분을 전자책으로 제공하지 않고, 혹 제공하더라도 종이책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제공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자책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몇몇 출판사로부터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올해 여름 ‘전자책의 충격’이라는 도서를 발간하면서 동시에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했다. 심지어 해당 책을 소개하는 공중파방송 시간에 맞춰 전자책 무료 이벤트도 진행했다. 당시 1시간 만에 1000부 내려 받기라는 결과를 기록했다. 종이책 판매도 전자책 서비스 이전과 비교해 두 배 정도의 매출 상승효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출판사 내 전자책 사업부를 구성해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문학동네는 세계적인 대작가 파울로 코엘료 신작 소설 ‘브리다’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에 내놓았다. 전자책은 예약판매 11시간 만에 1000부를 판매했고 한 달 동안 총 5000부 판매량을 달성했다. 종이책은 한 달 동안 10만 부를 판매해 초기에 설정한 목표보다 두 배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결과에 고무된 문학동네는 앞으로 출간될 신간 중 거의 모든 작품을 전자책으로 동시에 내놓을 예정이다.
앞에서 예를 든 두 회사 모두 전자책 서비스 이점으로 홍보 효과를 꼽는다. 최근 전자책 업체들은 전용단말기 사용자와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사용자를 대상으로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기존 서점 중심의 홍보 마케팅을 넘어 그 범위를 확대했다는 해석이다. 또 전자책 사업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의미를 두고 있다. 신간을 꾸준하게 제공한다면 만족할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책 시장은 오랫동안 별 다른 주목을 받아오지는 못했다. 그러나 2007년 미국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서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하면서 양상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킨들은 아마존 사이트 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가전제품으로 등극했다. 또 2010년 여름 전자책 판매량은 아마존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하드커버 단행본 판매량을 추월했다. 아마존에 이어 구글과 애플 진영에서도 잇따라 전자책 서비스와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전자책 시장은 이미 전투장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전자책 전용단말기와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 보급과 맞물려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패드의 연이은 출시도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요소다. 게다가 실제로 앞에서 예로 든 사례처럼 출판사들의 새로운 시도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국내 출판사와 저자들은 이런 글로벌적인 흐름과 양사의 사례를 발판으로 삼아 전자책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배순희 북큐브네트웍스 대표 tulip@bookc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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