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운 기자의 백투더퓨처]미키마우스의 생일(11월 18일)

Photo Image

*사진설명: 미키마우스가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증기선윌리

1928년 11월 18일. 뉴욕 콜로니 극장에서 ‘쥐’가 주인공을 맡은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가 개봉된다. 애니메이션 속 쥐 캐릭터의 귀여운 동작은 밝고 경쾌한 음악이 더해져 금세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원소스멀티유스(OSMU)의 원조, 월트 디즈니의 성공신화의 주역 ‘미키마우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미키마우스 출시 전 디즈니는 소규모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불과했다. 디즈니의 창업자 월트 디즈니는 캔자스의 시골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작한 후 로스엔젤레스로 이주, 1927년 ‘토끼 오스월드’ 시리즈를 만들어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입지를 굳히는 듯 했으나, 이듬해 배급업자에게 판권을 뺏기고 만다.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한 상황에서 동료 어브 아이웍스와 머리를 맞댄 끝에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미키마우스였다.

젊은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생존을 위해 탄생한 작은 쥐 캐릭터는 월트 디즈니의 성공신화를 이끌었다. 미키마우스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시계·인형·의류·액세서리 등에도 등장하면서 엄청난 라이선스 수입을 거뒀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월트 디즈니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피터맨’ ‘신데렐라’ 등 새 작품을 선보였다. 신작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월트 디즈니는 콘텐츠 산업의 강자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현재 월트 디즈니의 사업 영역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넘어 미디어, 테마파크까지 다 아우르고 있다. 2009년 미키 마우스가 전 세계에서 라이선스료로 벌어들인 돈만도 6조원에 달한다.

미키마우스는 미국의 저작권 패권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1998년 미국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개인의 경우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법인의 창작물의 경우 75년에서 95년으로 늘리는 저작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정에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 보호 만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월트 디즈니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 돌면서 이른바 ‘미키마우스법’이라고까지 불렸다.

미소 짓고 잇는 귀여운 미키마우스의 얼굴 안에는 미디어 제국을 향한 월트 디즈니의 야망과 전 세계에서 자국 기업의 저작권 보호를 강요하는 미국의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다.

올해 여든두 살을 맞은 미키마우스는 95세가 될 때까지는 10여년 이상을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의류·생활용품·IT기기를 통해 로열티를 받게 된다.

2023년 미키마우스를 누구나 허락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될 때도 미키마우스는 지난 세월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끼쳐온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