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0년 수도권 출근길 지하철의 모습은 서 있거나 졸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무엇인가 하고 있는 사람들의 태반은 신문을 봤다. 네트워크가 단절된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활자매체를 읽는 것이 전부였다. 2010년 현재의 출근길은 어떨까. 신문이 들려야 할 손에는 스마트폰이 자리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보고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하거나 TV, 영화, 게임을 즐긴다. 전국 방방곡곡에 깔린 무선 네트워크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IT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1990년대 PC의 등장은 거실에 모여 TV를 시청하는 생활패턴을 방 안의 책상으로 옮겨 놓았다.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도 단절시켰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PC가 휴대폰과 결합하면서 스마트폰을 등장시켰고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세상을 재연결하는 온라인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손 안의 지갑이라며 교통비와 신용카드로도 이용된다.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에 통신·제조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CEO들이 대거 방한했다. 빠른 경제성장과 첨단 IT,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한국을 주목해서다. ‘한국에서 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먹힌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뒤집어보자. 지난해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소비자가 통신사를 고르는 선택기준이 서비스에서 단말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잘 터지거나 저렴한 요금이 선택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무엇을 할 것인갗의 활용가치가 핵심이다. 통신사들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단말보조금, 무제한 데이터 등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쏟아냈다. 가입자 유치전은 마케팅 비용 확대로 이어져 3분기 영업이익은 바닥이다. 더욱 걱정은 네트워크 과부하다. 무선인터넷은 그동안 4차선 도로에서 여유있게 질주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갤럭시탭, 아이패드 등 스마트패드 사용자가 늘어나면 이 같은 우려는 근심으로 바뀔 것이다. 휴대폰 제조사도 상황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스마트폰 전쟁이 ‘OS 전쟁’으로도 비치는 이유다. 혹자는 MS의 윈도 프로그램이 없으면 PC를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스마트폰도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재주는 제조사가 부리고 돈은 구글이 챙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단말이 아닌 콘텐츠와 SW 싸움이다. 일류기업과 삼류기업의 차이는 제품 성능이 아닌 제품을 만드는 사고의 차이에 달려 있다. 성능은 일류인데 소비자 활용가치가 낮다면 그 기업은 당연히 삼류이하가 된다. 흉내를 내며 트렌드를 쫓기에는 우리가 갖고 있는 IT 잠재력이 너무나 크다. 깡통폰 속에 담을 알곡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 관련 디바이스는 앞으로 다가올 신성장 플랫폼이 됐다. 10년 후 미래의 정체성이 어떻게 정립될지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는 미리 예측해야 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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