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이 열리는 코엑스 회의장. 출입구에서 검문검색대를 통과하는 사람들은 모두 1~2초간 카메라를 쳐다봐야 한다. 짧은 시간에 미리 등록해놓은 얼굴 영상데이터와 출입시 찍힌 얼굴의 모습을 컴퓨터가 비교·대조해 모니터에 결과를 띄운다. ‘통과’ 표시가 나와야 회의장 내로 입장이 가능하다. 이번 G20회의에선 얼굴인식 시스템을 비롯해 전국 공항과 항만의 지문확인 시스템, 전자여권 판독기등 최첨단 보안 기술이 선보였다.
테러방지와 기술보안 등을 위한 검문검색 기술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과 함께, 위험물 반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원천기술도 국내외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얼굴인식은 눈과 눈 사이의 거리, 눈의 크기, 코와 입의 거리, 턱의 길이 등 이목구비의 크기와 비율을 점으로 된 데이터로 환산해 이뤄진다. 기존의 데이터와 새로운 데이터가 오차범위 내에 들어와야 동일인물로 판정, 통과를 허용하게 된다. 또 VIP나 전과자의 경우 얼굴 DB를 구축하면 공항이나 지하철에서도 그들의 출입 여부를 파악하고 주시할 수 있다.
G20 회의장에 구축된 얼굴인식 시스템은 복잡한 원리 때문에 안경을 썼다가 벗은 경우, 또 사진을 과도하게 손본(?) 경우에는 동일 인물임에도 다른 인물로 감지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얼굴인식 보안업체인 미래인식의 이동광 대표는 “얼굴인식 기술은 굉장히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된다”며 “높은 퀄리티를 지향하면 훌륭한 보안 시스템이 되고, 비교적 개발이 쉬운 낮은 퀄리티의 시스템은 ‘연예인과 얼굴 비교하기’ 등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폭발물 등 위험물 반입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은 더욱 정밀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행 화물 항공기에서 ‘소포폭탄’이 발견되면서 위험물 감지 기술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안전계측기술개발사업단은 최근 테라헤르츠를 이용한 위해물질 실시간 검출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테라헤르츠는 1조를 뜻하는 테라에 주파수 단위인 헤르츠가 결합된 용어로 폭발물이나 마약 등의 위험 물질은 일정 주파수 대역에서 특이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따라서 테라헤르츠 기술을 이용하면 검색 대상에 전혀 손상없는 ‘비파괴 검색’이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테라헤르츠 검색 기술이 측정시간이 상당히 길었던 단점을 보완해 50배 빨리 거의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이와 함께 테라헤르츠를 이용해 기존의 X레이처럼 물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X레이는 해로운 방사능의 우려 때문에 인체를 비롯한 바이오 검색에는 쓰이지 못하지만, 테라헤르츠는 전혀 무해하다.
윤동진 안전계측기술개발사업 책임 박사는 “보안뿐만 아니라 일반 산업체에서 비파괴 이미징 기술로도 훌륭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업단은 초음파를 이용해 주위의 독가스와 같은 유해 물질을 포집, 감지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일정한 농도보다 낮은 독가스는 센서로 감지하기 어려운데, 초음파를 이용해 입자의 움직임을 일정 방향으로 조정해 감지해내는 기술이다.
한편 최근 영국에서 개발된 병 안에 든 액체의 성분을 자동 분석하는 스캐너도 개발돼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최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크로맥(Kromek)’이라는 회사가 발명한 이 스캐너가 유럽민간항공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
이 스캐너는 기존 엑스레이 스캐너와 달리, 병 속에 든 물 색깔을 구분할 수 있으며 액체의 성분을 즉각적으로 파악해 액체 폭탄물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준다. 2006년부터 비행기 탑승객은 1ℓ이상의 액체를 소지한 채 탑승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이 스캐너의 도입으로 ‘검증받은’ 물이나 음료의 기내반입이 가능하게 됐다. 검색 기술이 강화되면서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처럼 기술들의 발달로 ‘있는 듯 없는 듯’한 검색망이 발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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