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전문업체인 아크로닉스에 자사 공정기술과 양산라인을 제공하는 내용의 강도 높은 제휴를 체결했다.
EE타임스에 따르면 인텔은 아크로닉스가 개발 중인 2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FPGA 제품을 위해 자사 공정기술과 양산라인을 빌려주는 내용의 제휴를 1일(현지시각) 체결했다. 아크로닉스는 지난 수년간 8600만달러 이상의 벤처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FPGA 전문업체다. 2000년대 초 한때 인텔이 일부 팹리스업체에 공정기술을 판매한 적이 있지만 상업용 제품 생산라인까지 내주는 것은 처음이다.
아크로닉스는 협력을 통해 FPGA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자일링스 · 알테라 등 선두업체보다 앞서 22나노 FPGA 양산에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 회사는 나아가 15나노 등 미래 공정기술 개발도 서두르기로 했다. 아크로닉스는 내년 4분기 22나노 FPGA 제품인 `스피드스터22i`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텔은 미국 내 자사 라인에서 이 제품을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인텔이 아크로닉스와 제휴 관계를 구축하고 나선 것은 FPGA 시장을 본격 노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 초 업계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독자적인 FPGA 제품을 개발하던 인텔이 자일링스나 알테라 인수를 통해 다시 시장 진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선두업체인 자일링스와 알테라는 올 초 인텔의 경쟁사인 ARM 프로세서와 결합한 FPGA 제품을 발표하며, 인텔을 위협했다.
존 로프턴 홀트 아크로닉스 CEO는 “이번 협약은 인텔이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FPGA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인텔은 FPGA 시장 진입을 위한 모든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 제휴가 당장 FPGA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전체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자일링스와 알테라 아성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자일링스는 내년 초에 `하이-K/메탈 게이트` 방식의 28나노 FPGA를, 알테라는 연내 대만 TSMC를 통해 28나노 제품 양산을 준비 중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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