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는 미래의 독점적 가치 창출로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루카스는 한국 경제의 발전상을 `기적의 창출`이라고 극찬했다. 구미 선진국들이 수백년에 걸쳐 달성한 경제적 성과를 단기간에 압축해 이뤄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효자 수출산업인 반도체도 처음은 OEM 방식의 단순 조립 단계에서 시작했다.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1986년에 비로소 1메가 D램을 개발했고 지금은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등 국가다. 조선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1973년에야 현대조선소가 설립됐지만 불과 10년 후 현대중공업이 세계 선박 수주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의 철도산업도 초기에 완제품 도입 또는 단순 하도급제작에 의존했다. 잦은 고장으로 수입업체의 기술자가 올 때까지 운행이 정지되는 촌극도 벌어졌고, 부품 교체에 따른 고가의 보수 유지비도 지불해야만 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 당시 차량구매를 위해 프랑스 알스톰에 2조원을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공사감리를 위해 미국 벡텔에 1인당 월 3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당시 내 연봉을 같이 근무하는 외국기술자의 월급으로 지불했으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철마는 멈추지 않았다. 철도교통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질주했다. 지하철이 보편화되면서 국산 전동차 개발이 시작됐고 현재 국내 전동차 제작 기술은 세계 일류수준에 오를 만큼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기술 이전을 통해 시속 350㎞의 고속철도 기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시속 430㎞의 동력분산식 고속전철을 개발 중이다. 이로써 세계 네 번째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이 됐다. 재래선의 곡선구간에서 고속주행이 가능한 틸팅열차,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는 무인경량전철, 전용궤도와 일반도로를 동시에 달릴 수 있는 바이모달 차량, 자기부상 방식의 도시철도 등이 개발되어 상용화 중이다. 이 밖에 시험평가 및 감리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한국철도는 첨단 ·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철도기술 선진화와 철도교통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철도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철도시장도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한국철도는 국제사회의 미래 교통이슈를 선점하고, 세계 시장에 출시할 고객지향의 명품철도를 준비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독점적 미래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열차의 속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초고속 튜브트레인, 도시공간 이용을 극대화하는 환경친화적 하이브리드 저상트램, 승객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전동차, 도어 투 도어 서비스가 가능한 PRT(Personal Rapid Transit), 대륙형 궤간가변고속열차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하여 고속철도의 글로벌 브랜드화와 철도시스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철도 글로벌 인증체계 확립 및 핵심부품 국산화가 필요하다. 수요국가의 철도 역량평가와 글로벌 투자 매력도 지수를 개발하고, 투자 가능 지역에 맞는 맞춤형 사업 지원시스템도 확보해야 한다.
프랑스 · 독일 · 일본 등 철도선진국은 철도산업을 국가발전의 중점산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또 이들 국가는 자동차 · 조선 등 수출산업의 국제경쟁 심화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수출 선도 산업의 다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철도산업의 팽창뿐만 아니라 성장동력의 다변화라는 관점에서 철도산업 육성에 집중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적의 창출`을 알리는 기적소리와 함께 철마는 달린다. 미래의 철도 1등 국가를 향하여.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부장 hsna@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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