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구 범한판토스 사장(64)은 물류 분야의 대표 최고경영자다. 올해 대한상의 물류위원장에 위촉됐으며 최근에는 한국로지스틱스학회가 주는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2002년 물류의 `물`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범한을 맡아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사이에 물류업계 전문가로 자리를 잡았다.
여 사장은 “분야는 다르지만 경영의 본질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여 사장은 전형적인 `회계통`이다. 1986년 럭키화학 재경본부장으로 출발해 LG상사 CFO(1996년), LG전자(2000년)와 LG투자증권(2001년) 지원총괄 CFO를 맡았다.
“경영자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챙길 수는 없습니다. 알면 좋겠지만 사실 알 수도 없습니다. 결국 각 분야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전문가를 키우는 게 관건입니다. 현장을 책임지는 전문가에게 과감히 위임하고 산업의 큰 흐름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대신에 경영자는 내부 역량을 끌어모으고 기존 산업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 업무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야 합니다.”
여 사장은 전형적인 `위임형 CEO`다. 업무 대부분을 믿고 맡기며 혹시 우려되는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스스로 찾게 만든다. 그래야 노하우가 쌓이면서 진짜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전문 인력을 위해 아예 자체 물류대학도 설립했다. 우선은 현장에서 쓸 만한 인력이 크게 부족했고 외부에서 인력을 끌어 오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진짜 `범한 인력`이 될 수 없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경영에서 생산과 판매를 빼면 모두 물류 영역입니다. 무역회사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전문 인력입니다. 거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체에서 양성하는 게 제일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만약 그렇게 키운 인력이 나가더라도 결국 전체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류업도 다시 정의했다. 여 사장은 지금도 산업계에서 흔히 쓰는 포워드 물류, 3자 · 4자 물류와 같은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에 `운송 컨설팅`이라는 말을 애용한다. 상대방이 이해도 쉬울 뿐더러 사업의 본질이 더욱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류는 대표 지식산업입니다. 단순히 상품을 보관하고 전달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당장 창고만 하더라도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게 아니라 가공 · 포장 등을 통해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수출한다면 운송 모드를 비행기로 할지, 선박으로 할지 최적의 모드를 선택해 주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조직해 주는 게 바로 운송업입니다. 당연히 정보기술(IT)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남과 다른 창조적인 모델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자꾸 아이디어를 만들어 솔루션을 줘야 합니다. 단순히 운송 회사가 아닌 컨설팅 회사인 셈입니다.”
여 사장은 물류 인프라가 취약한 브라질을 대표 성공사례로 꼽았다. “한국에서 브라질까지는 물류 인프라가 취약해 45일 정도 걸렸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루트인 비행기는 배 운임의 10배에 달했습니다. 이를 미국까지 배로 가고 이후 비행기를 아예 임차했습니다. 미국까지 선박으로 10일, 거기서 비용이 50% 줄며 월 15~20회 전세기를 사용해 기간도 단축하고 비용도 크게 줄였습니다.”
여 사장은 회계 전문가인데다 전문 경영인이지만 숫자를 맹신하지 않는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실적을 포함한 숫자가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환율 폭에 따라 `업 앤드 다운`이 너무 심합니다. 그냥 경영 지표로만 활용하는 수준입니다.” 대신에 그는 한 가지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2020년 범한이 글로벌 물류 `톱10`에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여 사장은 “경제 · 산업 규모, 물류 노하우 등을 비춰 볼 때 이제는 글로벌 물류 기업이 나와야 할 때”라며 “아마도 1번 글로벌 기업은 범한”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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