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R&D·기자재-장비 국산화 시급
우리나라가 이르면 5년 후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한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원가가 원유 등 화석연료 발전 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을 말한다. 국제 유가가 인상될수록, 태양전지 모듈 가격이 내려갈수록 도달 시점이 빨라진다. 스마트그리드와 함께 전력산업은 물론이고 가전, 정보통신 전 분야의 대변화를 몰고 온다는 점에서 원천기술 연구개발(R&D), 기자재 · 장비 국산화 등 각계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13일 전자신문과 지식경제부 · 에너지관리공단 · 한국태양광산업협회 ·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가 공동 개최한 `제3회 그린오션포럼(Green Ocean Forum) 2010` 기조강연에 나선 강남훈 지식경제부 에너지기후변화정책관은 “태양광 기술 개발 가속과 원료 및 소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향후 5년 정도면 그리드패리티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과 태양광 상용기술 개발 등으로 관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관련 기획 ○○면
강남훈 국장은 “그리드패리티는 태양전지 일반 보급과 시장 전면 활성화의 기점을 뜻한다”며 “지난해 기준 반도체 시장의 7분의 1에 불과했던 태양광이 반도체를 웃도는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리드패리티가 오는 이유로는 태양광 전지 효율이 높아지고, 각종 기술 발전과 상용화로 부품가가 낮아진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에 유가는 더욱 상승해 태양광 발전 원가가 더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직접 우리나라의 그리드패리티 시점을 2015년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 규모가 15기가와트(GW)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그리드패리티에 근접한 2014년에는 신규 설치 전망치가 30GW로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을 앞두고 우리기업들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확보한 양산 및 가격 경쟁력을 그리드 패리티 이후 태양전지 수요에 잘 적용한다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리드패리티는 디지털화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에 폭발을 불러왔듯, 태양광산업 지각 변동의 개시점으로 인식돼 왔다.
이해석 신성홀딩스 연구소장은 “그리드패리티 진입과 함께 쏟아질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과 양산 장비 국산화가 필수”라며 “인력 양성과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산학연 연계체계 구축과 함께 태양광 등 미래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력IT를 포함한 기자재, 제어시스템, 장비 등의 R&D가 광범위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학식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관리본부장은 “그리드패리티의 경쟁 요체인 가격경쟁력과 효율 향상을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극히 제한적인 사업자만 참여하는 시장구조는 깨져야 한다”며 “그리드패리티 개시점부터 시간을 역추산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지 정확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 · 함봉균 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