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경인선 최초 운행에서, 2004년 KTX 경부선 개통까지. 한국철도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19세기 말 첫 증기관차가 굉음을 내며 출발하자 “화륜거 소리는 우뢰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고 묘사했다. 당시 사람들은 증기기관차를 보고 불을 내뿜는 수레인 `화륜거`라 부르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사작전을 위해 UN군의 디젤기관차가 한반도를 누빈다. 이후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전기열차가 보편화되었고, 21세기에 들어서자 고속철도시대를 맞이한다.
증기관차에서 출발한 한국철도는 디젤기관차 · 전기기관차를 거쳐 고속철도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과정에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두 줄의 과학이 철도기술이다. 미래의 교통혁명, 고속철도는 설계부터 다르다. 유선형 기관차를 만들기 위한 항공기 수준의 공기역학 설계는 필수다. 이번에 상용화한 한국고속철도의 열차바퀴 수는 일반열차의 절반이다. 이는 무게를 줄이고, 빠른 속도를 가능케 한다. 고속철도의 추진체인 전기모터는 디젤엔진보다 작고 가볍다. 출력이 좋아 대량수송과 고속주행에 필수다. 레일은 이음매가 없어 소음과 진동이 적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공기압 조절장치가 있어 터널에 진입해도 귀가 멍멍하지 않다. 이밖에 자동운전 및 신호제어장치, 탈선방지장치, 기관사의 졸음방지용 장치는 한 치의 사고도 허용하지 않는다.
철도기술은 철도차량, 전철전력, 궤도토목, 신호통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된 시스템 기술이다. 차량과 궤도 · 신호 · 전력공급 장치간의 인터페이스 기술은 고속화를 달성하고, 안전하며 환경친화적인 철도시스템을 구현하는 기반 기술이다. 또 설계 · 제작 · 시험평가 · 운영 · 폐기 등 전수명주기를 고려한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은 개발비용 절감, 고객요구 사항 충족 등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대폭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향후 철도 핵심기술은 미래에 새로운 독점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소재 · 정보 · 자동화 · 자동차 · 항공우주 · 건설산업 등과의 `연결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외부 R&D 역량을 활용하는 것으로, 외부의 자원을 빨리 연결해 신속하게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의 신칸센은 연결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은 군수산업에 종사한 과학기술자의 실업과 첨단 기술의 사장을 막기 위해 고속철도 기술 개발에 착수하여 신칸센을 탄생시킨다.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가 우주항공 산업을 축소하면서 미 우주국 NASA에서 발생하는 유휴 기술인력을 미국 고속철도산업으로 연결개발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후 세계 철도차량 시장은 36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 빅3인 지멘스 · 알스톰 · 봄바르디에와 일본업체가 전 세계 철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고속철도 시장은 100%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미래 경제 · 사회적 교통이슈를 선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 및 이종기술 간의 결합을 통한 융합기술의 조속한 확보가 필요하다.
미래의 철도기술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혁명적 부 창출의 요인으로 시간 · 공간 · 지식을 꼽았다. 철도 과학기술이야 말로 시간을 단축하고, 공간을 압축하는 미래 산업의 중심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우리의 독점적 가치를 확보할 중요한 시점이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부장 hsna@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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