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속성

전략은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전략을 속성별로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보면 전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전략은 사용되는 분야가 너무 많아서 아주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이미 하였다. 이러한 전략을 아주 쉽게 이해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전략을 둘러싸고 있는 외피를 다 제거하여 남아 있는 부분만 정리해 보았더니?전략이란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론’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전략은 경쟁의 틀을 바꾸는 것”

전략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았더니 그 방법론이라는 것이 다름이 아니고 ‘쟁의 틀을 바꾸는 것’이라는 생각이 어느 날 섬광처럼 내 머리를 스쳤다. 부연하면?“전략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경쟁의 틀을 바꾸는 것”이라는 생각을 전략 공부를 시작한지 20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말콤 그래드웰이 생각하는 것보다 두 배가 걸려서 겨우 터득한 것을 보니 아마 필자는 상당히 둔재인가 보다.

그러면 이러한 전략은 왜 필요한가? 기존 경쟁의 틀에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전략이 필요 없다. 이미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틀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작전만 잘 짜면 된다. 굳이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면 기존 경쟁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이다. 그러니까 전략이 꼭 필요한 경우는 ‘현재 경쟁의 틀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현재 경쟁의 틀에서 싸우면 이길 수가 없으니 이길 수 있는 경쟁이 틀을 만들기 위해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판단을 잘하는 것이 필수다.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나 또는 미래에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상대의 약점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의 이치는 음과 양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 약점인 것이 미래 상황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잘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못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서 장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앞을 못 보는 장님은 낮에는 정상인보다 불리하지만 장님은 앞을 못 보는 대신에 감각이 현저히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깜깜한 밤에 깊은 산 계곡 속에 있다면 정상인 보다 유리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시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불과 12시간 이내에 정상인과 장님의 장단점이 뒤 바뀌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처해있는 상황은 단지 다양한 상황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게 유리한 경쟁의 틀은 무엇인갚

마찬가지로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땅이 가장 중요한 경쟁의 수단이었고 산업화 시대에는 지하자원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가 가장 중요한 경쟁의 수단이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농업사회나 산업화사회에서는 경쟁력이 미약했다.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이면서도 그나마 산지가 70%나 차지하고 있어서 농업생산의 경쟁 틀에서는 다른 나라와 경쟁 자체가 어려웠다. 산업사회에서도 역시 지하자원이 빈약하여 산업화를 이룩하는 데 다른 나라에 비하여 몇 배 힘이 들었다. 그러나 인구 밀도가 높고 우수한 두뇌를 보유한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이 부가되어 아주 우수한 인재가 풍부하다. 이러한 여건은 지식 정보화 시대에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세계 IT문명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상황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 때처럼, 전략이 당면 문제인 경우에는 현재의 가용한 수단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의 틀로 바꾸어야 하고, 미래의 문제일 경우에는 미래 사회의 변화 트렌드를 예측하여 미래에 맞는 경쟁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앞으로 우리나라 국가전략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두뇌로 경쟁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전략이 탄생한 군사 분야에서도 당연히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전쟁사가 기록하고 있는 전쟁들을 보면 대체로 지휘관의 탁월한 혜안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 싸운 결과 승리한 기록들이다. 근래 군사 분야에서 ‘비대칭 전략’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경쟁에서 열세한 국가나 단체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방책중의 하나다.

베트남 전쟁 당시 월맹군은 자신들과 싸우는 미군과의 경쟁에서 ‘현대전의 경쟁 틀’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으니 베트남 특유의 정글과 민족주의를 이용한 게릴라전으로 ‘비정규전적 경쟁의 틀’을 만들어?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승리하였다. 북한이 국제적 압력과 심각하게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대량 살상무기를 이용한 경쟁의 틀로 바꾸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다.

“전략의 첫걸음은 명확한 목표 수립”

전략을 훌륭하게 수립하려면 가장 먼저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그 목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목표가 잘못 선정된 전략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원대한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만약 목표가 잘 못 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그런데 전략적 목표는 그 선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술적 차원의 목표는 대체로 가시적 목표이기 때문에 식별이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전략적 차원에서 목표는 대부분 비가시적이므로 임무관련 당사자들이 전략적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인생의 성공을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인생의 목표를 무엇으로 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서 달라이 라마는 인생의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우리 모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는 ‘행복’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과연 알고 있는가? 돈이 많으면 행복한가? 배우자가 잘 생겼으면 행복한가?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면? 행복한가? 행복과 쾌락은 같은가? 다른가? 우리는 혹시 쾌락을 행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처럼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말의 의미마저도 공감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달라이 라마는 ‘즐거운 결과가 나와 남이 같이 즐거울 경우’ 그것을 ‘행복’이라고 말했다. 자기 혼자만 좋고 남이 싫어하거나 나쁘게 생각하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나만 행복하고 남이 불행해지는 행위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가?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교육은 인간의 인격완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나 불건전한 행동들은 그 교육본래의 목적보다는 교육이 하나의 출세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학생들은 그 인격완성 보다는 코드화된 점수에 혈안이 되어있는 듯하다.

이처럼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올바른 목표가 반드시 정확하게 수립되어야 한다. 전략적 목표는 전략을 수립하는 순서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한 전략가는 전략의 구성요소를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그것은 목표, 개념 그리고 수단이다. 이러한 전략의 목표를 잘 설정하기 위해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앎으로서 가능하다.?

“전략은 긍정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전략이란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한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자세히 음미해보면 살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가 근저에 자리하고 있으면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만약 ‘이길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전략은 딛고 설 기반 자체가 없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성공한 사람은 항상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나름의 역경을 헤치고 나온 사람들인데, 역경을 헤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능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는 경쟁의 틀을 만들어서 경쟁한 전략가다. 그러므로 성공전략은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전략은 언제나 미래를 상정한다. 따라서?지금 관심을 가지는 문제와 관련이 있는 사안들이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야?전략적 대안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언제나 상황분석, 그것도 미래 목표 시점의 상황을 예측하여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미래를 미리 상정한다는 것이 그리 용이하지 않다. 인류가 생존하기 시작한 이래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욕구는 지대하였고 다양한 예측 방법이 활용되었지만, 신뢰할 만한 방법은 별로 제시된 것이 없다. 점성술이나 직관에 의해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인정되는 과학적 방법이 아니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방법인 ‘과거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그렇게 신통한 방법은 아니지만, 즉,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 트렌드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트렌드를 미래의 세계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투사하여 미래의 전략적 상황을 예측한다.

그런데 말은 쉽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 과정과 절차가 그리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현재에 살면서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작업은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능한데, 아마 소설가나 만화가들이 전략에 관한 공부를 한 후 미래예측과 상황판단의 업무를 하면 훌륭한 결과를 얻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실무적 경험에서 보면 미래 목표시점을 정해두고 전략에 관련된 상황을 분석하다가 언제 자신도 모르게 현재로 돌아와 버리곤 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경험이 부족한 실무자에게만 국한된 문제만도 아니다. 많은 경험과 식견을 갖춘 상급자에게서도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래에 있을 세계를 미리 그려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숙명적으로 전략가가 해야 할 일이다. 발전 속도는? 기회비용은? 가격의 변동은? 수혜자의 가치관 변화는??등등 제반 사항을 깊이 있게 따져야 한다.

“전략은 은밀하게 조용히 추진해야”

전략은 주위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되어야 한다. 전략적 행위가 주변에서 눈치를 채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전략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산그늘이 지는 것처럼 움직여서 뒤돌아보니 저만치 가있는 것과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일본은 경제의 거품이 빠지고 침체에 빠져있다’고 알고 있는 사이에, 아니 ‘일본경제는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던 사이 일본은 아주 조용히, 아주 조용히 21세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경제가 침체되었다고 해서 야단법석을 떨지도 않았고,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고자 혁명을 하지도 않았다. 일본은 그들의 장기인 점진적 변화 즉, ‘가이젠’(改善)을 추구하였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3종의 과잉(과잉고용, 과잉설비, 과잉부채)을 털어냈고 금융 구조조정과 고용 유연화, 경쟁원리 도입 등의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였다.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도 일본이 R&D 지출 비중이 세계 최고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일본이 택한 ‘가이젠’의 전략적 함의를 새겨볼 만하다. 우선 일본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함으로써 부작용을 없앴다는 것이다. 둘째는 요란하게 하지 않았기에 주변으로 부터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그에 적절한 목표달성 방법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전략은 이렇게 행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 다하면 속이 후련하겠지만, 그 때문에 주변의 협조를 얻을 수 없거나 주변의 견제가 있다면 전략수행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의 새싹이 나기 위해서는 아무도 모르게 땅속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전략은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진행되어 그 결과가 나타났을 때 그 결과를 보고 주변이 놀라게 되는 그런 것이다. 마치 한 포기의 풀이 땅을 뚫고 나오기 위해서 엄동설한 차디찬 땅속에서 준비하는 한 알의 씨알처럼 전략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되어야 한다.

“전략은 더 큰 가치를 만드는 것”

전략이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전장에서 적과 싸워 승리하기 위해 고심한 장수의 전쟁수행 방법에서이다. 이 경우에 승리라는 것은 경쟁자간의 문제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필사적으로 이겨야하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 그런데 전쟁이라는 것은 승리를 하더라도 엄청난 피해와 손실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승리는 왜 해야 하는가? 하는 전쟁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가 생긴다.

인간의 욕구는 문명에 비례해서 상향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고대로 갈수록 전쟁의 양상은 인간의 기초적인 욕망충족을 위한 제로섬 게임 형태의 전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여기서 사용된 전략은 상대를 이기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 핵무기가 등장하자 공멸을 두려한 나머지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욕구보다 이제는 전쟁 자체를 억제하려는 억제전략이 대두하였다. 싸우다가 다 같이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욕구수준을 낮게 조정하고 그에 따라 억제전략이 승전전략보다 상위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래 넓어진 전략적 의미의 외연은 협상과 전쟁을 동일선상에 놓고 논의하는 수준이 되었다. 경쟁의 양상은 인간의 지적수준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체로 지적 수준에 비례하여, 완력에 의한 경쟁인가 머리에 의한 경쟁인가 하는 것이 결정된다. 전쟁은 완력에 의한 경쟁의 비율이 높고 협상은 머리에 의한 경쟁이 주를 이룬다. 전쟁에서는 인간의 생명까지도 포함하여 경쟁하기 때문에 그것이 극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전쟁도 잘 살기 위한 수단인데, 전쟁을 통해서 오히려 많은 사람이 죽으니 전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전략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고 세상을 파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하고 아름답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인간이 공통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목표를 찾아내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을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 간의 경쟁관계를 만들지 말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상황을 우리가 살아가기 좋은 조건으로 만드는 방법을 추구하는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이 전략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할 이유이다.

“전략은 결코 ‘꼼수’가 아니다”

전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그리고 전략적이고 하면 상대를 속여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쯤으로 생각하는 뉘앙스가 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는 왜 생겨났을까? 그 하나는 전략의 략(略)자가 꾀 략자 이기에 꾀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꾀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꾀를 부린다고 할 때에는 그것은 정당한 방법보다는 뭔가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연상된다.

다른 하나는 전략이?애초부터 전쟁을 하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쟁에서 승리를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쟁이란 국가 생존의 문제이고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된 대안이기 때문에 인간이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걸어놓고 하는 경쟁이다. 따라서 전장에서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여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방안을 선택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다. 전장에서는 모든 가용한 수단을 이용한다는 전제하에서 전투가 행해지다 보니 전투현장에서는 적을 기만하고 적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바를 전술로 구사하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전략이다 보니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연유로 해서 전략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전략의 본질을 잘 새겨 보면, 전략은 작은 꾀나 부리는 꼼수로는 통하지 않는다. 전략이 다루는 대상이 크면 클수록 또한? 목표 시점이 멀면 멀수록 전략은 원칙과 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있다.?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고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 엘리트가 그에 알맞은 방안을 제시할 때, 어리석은 중생들이 그 전략이 진리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모를 뿐이다.

재난포커스 (http://www.di-focus.com) - 김진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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