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인디(Indie)

2004년 칸영영화제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에게 심사위원 대상을 안긴 쿠엔틴 타란티노 심사위원장은 그보다 딱 10년 전인 `펄프픽션`으로 1994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비디오 대여점 직원 출신이다. 지독한 영화광이던 그는 시나리오 창작에 몰두하다가 서른 살에 `저수지의 개들`이란 인디영화로 주목을 끌었다. 오늘날 세계 영화계의 거장을 만든 출발점인 셈이다.

인디영화 출신 유명 감독은 매우 많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세계적 흥행작을 만든 셈 레이미 감독은 1982년, 약관의 나이에 `이블데드`를 연출, 찬사를 받았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도 1995년 `영창이야기` `괴물`의 봉준호 감독 역시 1992년 `지리멸렬`이라는 인디영화로 데뷔했다. 결국 인디영화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는 등용문이다.

`인디(Indie)`란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약자로 `독립`이란 의미다. 인디는 영화뿐 아니라 음악 등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자주 사용된다. 인디란 말이 붙으면 말 그대로 거대 자본에서 독립된 콘텐츠다.

게임 분야에서도 인디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업력이 짧지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수많은 열정적 개발자를 낳았다. 이들은 한국 게임 산업의 풀뿌리다. 이들 중에 `리니지`나 `메이플스토리` 신화가 다시 나올 수 있다.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인디게임에 사전 심의의 잣대를 들이댔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복잡한 심의 과정은 둘째 치고 심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개발자들은 게임위의 처사가 지나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게임위의 주장은 맞지만 게임 산업의 근간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문제점이 많다. 더욱이 게임위는 이번 조치를 위하면서 게임 업계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고조차 하지 않았다. 단기적으론 게임위가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게임법을 개정, 인디게임의 발목을 잡지 않고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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