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흥 풍력단지 `상징`도 좋지만

풍력발전 후발 주자로 이제 막 걸음을 뗀 우리나라는 국산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손으로 만든 풍력 제품이 있어야 제대로 된 수출품목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풍력발전기 수출 확대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 중의 하나가 바로 인천 영흥도 풍력발전 실증단지다. 정부의 국산화 과제로 남동발전이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내년 5월말 종합준공을 목표로 지난 5월말 1단계 준공을 완료했다. 두산중공업 · 삼성중공업 · 유니슨은 단지에 각각 풍력발전기를 1대씩 설치했다.

당초 1단계 준공식에는 지식경제부 차관, 남동발전 사장,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두산중공업 · 삼성중공업 · 유니슨 사장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1단계 준공식치고는 꽤 화려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듯싶다.

하지만 당초 6월 말경으로 계획됐던 1단계 준공식은 준공 후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사실 준공식은 말 그대로 `세리머니`이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 하지만 다소 긴 시간이 흘렀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3개 발전기의 성능 평가 후 2곳의 최종 사업 참여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아직 준공식을 개최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대통령 모시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가하면 영흥도의 사업뿐 아니라 풍력산업 전체에 상징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인 듯싶다.

중요한 사업인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큰 행사`로 만들어 국내 풍력산업이 탄력을 받게 하고 싶은 마음도 공감한다. 하지만 `상징`에 얽매여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풍력발전기를 겨우 한 기씩 세워놓고 제대로 성능 비교가 되겠냐는, 풍력발전기 한 기에 쓸데없이 많은 인력이 붙어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부디 주변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길 바란다. 영흥도의 실증단지 사업이 `치장`보다 `본질`을 잘 챙겨 성공 사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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