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웃음이 거의 없고 잡기에도 문외한인 나를 두고 아내나 주변 사람들은 `참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핀잔을 준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 것이 큰 고역이었다. 그런데 최근 어떤 사람이 “요즘 재미를 붙인 일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쓰면서 트위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참 재미있다”고 주저없이 대답했다. 지난 연말 스마트폰을 사서 올해 2월 17일 트위터를 시작했다. 6개월여 만에 팔로어가 1만명을 넘었다. 100명, 200명, 1000명…. 트위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스마트폰이 만들어 낸 소통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나는 주로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트위팅을 한다. 어느 행사에 갔더니 어떻더라, 이런 생각이 들더라 하는 내용을 많이 올리게 된다. 팔로어들은 도지사와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을 신기해 한다. 그러면서 각종 정책건의는 물론이고 31개 시 · 군의 민원사항을 트위터에 올린다. 나와 직접 대면해서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트위터를 통해서는 격의없이 이야기를 한다. 트위터를 통해 도지사 사무실이 활짝 열린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사진찍는 버릇도 생겼다. 운동권에서 활동할 때는 `보안` 때문에 사진을 기피했는데 이제는 어디에 가든 `인증샷`을 찍어서 트위터로 날린다. 지난 여름휴가 때에도 안동 하회마을 등 들르는 곳 마다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니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토요일 파주 임진각 행사에 갔다가 자유로를 타고 돌아오는데, 태풍이 지나간 맑은 하늘 아래 임진강 너머 북한 마을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데 줌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스마트 폰으로 사진찍기에 빠진 나를 보고 어떤 사람은 동영상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내가 자격증이 9개나 있는 사람이니 동영상 편집도 금방 배울 것이라고 한다.
늘 `좀 웃으라`는 얘기를 듣지만, 나도 원래는 웃음이 많았다. 어릴 적 둘째 형과 나는 만화를 보며 사소한 장면에도 깔깔거렸다. 아버지는 그런 우리를 볼 때마다, `치인다소(痴人多笑:웃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라며 혼을 내셨다. 운동권 생활을 할 때는 심각주의에 빠져 웃을 일이 없었다. 혁명을 꿈꾸던 20대 초반. 나는 동학농민혁명, 독립투사, 의병들, 체 게바라 등 변혁에 투신했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흔을 넘기지 못할 줄 알았다. 세상의 변혁을 꿈꾸지 않는 것은 지적 게으름이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자는 역사에 대한 사명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이 인간의 머리만으로 계획되고 변혁될 수 없음을 터득하고 나서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를 성심껏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자세가 세상을 발전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트위터는 일상의 소중한 기록이며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140자 안에서 표현하는 방편이자 즐거움이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웃기는 이야기나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나의 웃음까지 되찾아 주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즐겁게 살다보면 경기도도 대한민국도 한결 좋아지지 않겠는가. 요즘 나는 늘 이렇게 기도한다. “주여! 제 잔이 넘치나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moonsoo4u@naver.com(twetter.com/kimmoonso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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