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정원이나 학생 수업료 등 모든 부분을 정부가 결정하는 상황에서 (카이스트가)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기 힘듭니다. 정부에서 독립해 민영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8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민영화론을 꺼내들었다. 지난 7월 소통 부재라는 비판을 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한 터라 이번 인터뷰에서는 리더십 변화와 소통 강화를 강조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의 어조는 오히려 강해졌다.
서 총장은 "세계적 대학이 되려면 자율경쟁을 해야 한다. 미국 일류 대학들은 대부분 사립대다. 수업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내고, 실력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학교가 장학금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카이스트가 미국 사립대처럼 운영돼야만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인 카이스트로서는 정부와 다소 껄끄러운 상황일 수 있지만 서 총장은 거침이 없었다. 특히 연임 과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탓에 정부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정부 측 반응도 주목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해 민영화를 꾀하겠다는 뜻인가.
▶카이스트가 정부에서 출연금을 받고 있지만 실은 독립체다. 돈이 충분하면 민영화하는 게 낫다. 민영화라는 말 자체보다 자율적 경쟁이 더 중요하다. 현재 카이스트 예산이 연 6500억원 규모며 이 중 정부 출연금이 1500억원 정도다. 이것만 가지고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 MIT 예산에 비해 4분의 1밖에 안 된다. 교수 숫자도 반밖에 안 된다. 그런데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교수 수를 못 늘린다. 지난 3년간 자체 비용으로 40명을 임용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35명이 신청했는데 10명만 허가해줬다. 과거 10년 동안 출연금이 늘어난 추세를 보니 물가 상승 수준이더라. 이 정도라면 차라리 정부에서 매년 어느 정도 지원 규모만 개런티하고, 나머지는 학교가 어떻게 하든 관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부 돈 따는 데 에너지가 너무 소요된다. MIT는 정부에서 지원받는 게 지독히 많지만 학교가 다 알아서 한다.
―카이스트도 등록금을 받겠다는 것인지.
▶실력이 좋으면 모두 학교에 들어올 수 있지만 돈을 낼 여유가 있다면 수업료를 내면 된다. 형편이 안 되면 학교에서 부담하면 된다.
―교과부에서 동의하겠나.
▶이것은(카이스트 변신) 국민이 정해야 한다. 법 테두리 안에 있는 교과부가 다룰 수 없고 정치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한국은 규정이 너무 많다. MIT 학과장을 한 뒤 미국 정부에서 4년간 일하면서 규정이란 말을 듣질 못했는데 여기서는 무얼 하기만 하면 규정을 어겼느니 말이 많다.
―연임 과정이 껄끄러웠는데.
▶연임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에서 대학 총장은 10여 년간 한다. 임기가 짧으면 그냥 앉아 있다가 좋은 소리나 듣고 나가는 것이다.
―끝이 무엇인가.
▶세상에 끝은 없다.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내가 있는 동안 교수나 학생들 모두 세상을 바꿀 큰 꿈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논문 수나 세는 것은 장난이다. 뉴턴이 나왔기에 케임브리지 명성이 있는 것이다. 좋은 인재와 아이디어가 나오는 앞선 대학의 바탕은 문화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소통이라는 게 여러 의미가 있다. 요구를 들어줘야 소통됐다고 하는데, 이야기만 듣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소통이 아니라 한다.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목표를 공유하면 어떤 방법이 좋은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소통도 된다. 그러나 목적이 다르면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통이 안 된다. 개혁할 때 반대도 있다. 내 생각엔 50% 정도는 반대하는 게 맞다. 카이스트에서 젊은 사람들은 나를 지지한다. 교수 중 50대 넘은 분들이 반대하는데, 당연하다.
―이사회에 기부자들이 많다. 돈을 내면 이사가 되는 것이냐.
▶이사회 역할을 몰라서 그렇다.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다. 이스라엘 테크니온이나 MIT 이사회는 100명 정도 되는데 많은 사람이 기부자들이다. 이사들은 이런 연구, 저런 연구하라고 잔소리하는 게 아니라 학교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올해 주요 계획은.
▶녹색교통대학원을 세울 예정인데 조만간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다. 또 뇌과학 투자를 늘리겠다. 정문술 건물을 짓고 있는데 뇌과학 전용으로 삼을 계획이다.
[매일경제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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