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DGIST의 쉽지 않은 첫 걸음

오는 13일부터 첫 석 · 박사 신입생 모집에 나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인선 원장은 독특한 별명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예산을 잘 딴다`는 이유로 `이 예산`으로 불린다. 이 원장이 이런 엉뚱한 별명을 갖게 된 배경은 뭘까.

DGIST는 지난 2004년 대구경북 지역 과학기술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출발해 2008년 12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교육 기능을 추가했다.

그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13일부터 뇌과학 · 로봇공학 · 정보통신융합공학 · 에너지시스템공학 등 4개 전공 석박사를 모집한다. 사실상의 개원을 눈앞에 뒀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우선 첨단 과학기술 연구에 필요한 설비 투자를 위해 올해 신청한 300억원의 예산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30억원으로 축소됐다. 교과부는 `당장 급하지 않은 비용`이라는 논리이지만 DGIST는 속이 탄다.

국내 유일의 `메디컬 로봇공학`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로봇공학과는 적지않은 초기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제부터 예산을 따내야 할 판이다. 전임 교수 TO도 7명을 따는데 그쳤다. 당초 내부 목표대로라면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TO를 내년 초까지 28명이나 더 늘려야 한다.

지난해 새벽 5시에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추가 예비비 500여억원을 따냈던 이 원장은 올해도 모자란 예산을 얻기 위해 직접 국회와 재정부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

최근 신임 원장 공모 과정에도 말이 많았다. 결국 현 이인선 원장의 임기를 `무기한 연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대구경북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을 통해 `자기 사람`을 이 자리에 앉히려는 알력 싸움도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서울이 아닌 대구 현풍에서 과학기술 연구원과 대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고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실험은 쉽지 않다. 성공적인 `롤모델` 창출을 위해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듯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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