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일을 주면 목에 뭐가 걸린 기분이다. 나쁜 예감은 꼭 들어맞는다. 아예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할 판이다. 엉뚱하게 쓰여진 보고서를 고치는 게 새로 쓰는 것보다 더 힘들다. 내 일은 따로 있고 후배가 저지른 사고를 뒷수습하는 것도 내 몫이다. 차라리 없으면 기대도 안 할텐데 있으면서 도움 안되는 게 더 열불 난다. 도움만 안되는 게 아니라 방해까지 끼친다. 맡기면 사고 터뜨리고 안 맡기면 부루퉁해지는 후배, 상사보다 더 상전 같다.
누구나 가슴에 다 불두덩이가 있다.
다만 그 불두덩이가 익숙해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지에 이를 뿐이다. 후배가 엎지른 물을 선배가 걸레질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이치다. 나도 그런 걸레질 친 바닥에서 놀다가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위아래 불문하고 죄다 후배는 멍청하고 선배는 교묘하다. 각자 자기가 제일 힘들었고 제일 고생했다. 범중엄(范仲淹)이 지은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보면 인자의 덕목 중에 선우후락(先憂後樂)을 언급한다.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즐거워할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거워하는 것, 이것이 리더의 자세다. 후배가 친 사고를 탓할 게 아니라 후배가 왜 그 사고를 쳤을까를 분석하자. 정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일은 `왜 내가 이런 일을 뒷수습해야 하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또 안 생기게 할까?`에 집중하자. 오늘의 사고는 부하의 무능도 한 몫 했겠지만 나의 불분명한 지시가 거들었을지 모른다. 분명하게 말해야 독자가 모인다. 모호하게 말하면 비평가만 모일 뿐이다. 말하는 사람만 알아듣는 말은 부하를 사고치게 만든다. 부하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고 모르겠거든 물어보게 하고 잘되가고 있는지 점검하기로 약속하자. 큰일을 하는 게 상사인 것 같지만 큰 마음으로 작은 일을 챙기는 사람이 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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