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시리즈] <중>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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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를 향한 글로벌 TV업체의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이는 8일 폐막한 IFA 2010 전시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소니가 구글과 함께 개발한 TV 실체를 공개하지 않은 데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소위 인터넷TV를 뛰어넘는 스마트TV 공개를 미뤘다. 스마트TV경쟁 승패는 이르면 올 가을, 늦어도 2011년 1월 초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는 스마트TV가 기존 대형 평판TV와는 전혀 다른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TV만 파는 게 아니라 콘텐츠 유통 채널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해 파장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 한다. 다만 앞으로 TV는 품질과 기술력이 아니라 콘텐츠와 애플리캐이션이 TV구매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되는 시대가 열린다고 입을 모은다.

소니는 왜 구글TV를 앞세워 선방을 날리지 않았을까. 해석은 분분하지만 실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2006년 이후 삼성에 내준 TV제왕 자리를 되찾기 위해 기술력 자랑을 뒤로 미뤘다는 분석이다. TV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전략을 의식해 철저한 보안을 통해 추격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TV제조사, IT와 방송사의 관심은 소니와 구글 합작품인 구글TV에 있다. 소니가 `큐리오시티`라는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공개한데 이어 구글이 올 가을 미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TV 수상기를 통해 공짜로 인터넷 브라우징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기업인 소니와 손을 잡은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먼저 세계 IT시장에서 최대 적으로 떠오른 애플과의 한판 대결을 벼르기 위한 것이다. 구글은 이를 위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디바이스는 물론 아이튠스를 보유한 애플과 동일한 전력을 구축 중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로 이어지는 소위 `3스크린` 또는 `멀티(M)스크린` 시대에서는 애플과 구글이 양립할 수 없다는 극한 생존경쟁을 준비 중인 셈이다. 또 TV에서 공짜로 인터넷 브라우징을 하게 함으로써 인터넷에 국한된 광고 시장을 방송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글로벌 TV광고 시장은 18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도 스마트TV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나서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스마트TV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스마트TV는 불가근 불가원`(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이라는 사업 부장의 말은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이들 기업은 독자 스마트TV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구글 등 멀티 플랫폼 채택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삼성은 바다를, LG는 넷캐스트2.0 플랫폼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국내업체를 비롯한 글로벌 IT기업은 `스마트TV`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게임의 규칙에 맞춰 치열한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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