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술이 대한민국 미래 바꾼다](2)녹색인증 기업들의 글로벌 도전

녹색으로 `제2의 삼성` `제3의 LG`를 키운다. 글로벌시장을 향한 녹색기업들의 당찬 도전이 시작됐다.

지난 7월 중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LG화학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외국기업 행사로는 첫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 LG화학과 미국의 녹색미래를 연결시켜 얘기했다.

“이곳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단지 새 공장 건설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도시와 주, 미국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뿐 아니라 정부 실천으로 이어졌다. 미 연방정부는 LG화학 공장 건설에 1억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원하고, 미시간주 정부도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친환경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 나아가 그린 에너지 정책을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전 세계에 확실히 보여줬다.

녹색기술로 무장한 국내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해외 글로벌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한국의 녹색산업 관련 기업 수준은 아직까지 높지 않지만, 열정과 기술력 ·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삼성 · LG 등 대기업은 일찌감치 공격적인 녹색투자를 진행하며 글로벌 무대 선봉에서 `녹색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제 전열 뒤편에 포진해 있는 녹색 중견 · 중소기업들이 도전에 나설 차례다. 이를 통해 글로벌 녹색분야에서 삼성과 LG 같은 글로벌 기업 2~3개는 더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녹색산업이 미래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변수로 부상한 만큼, `그린 로드(Green Road)`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피해갈 수 없는 길이 됐다.

“세계 전력 사용의 20%는 조명에 사용되고,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2%가 건물에서 쓰입니다. 불필요한 조명만 줄여도 엄청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요.”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소재한 피엠디네트웍스(대표 이상철)는 지난 2008년 8월 창립 직후부터 저탄소 녹색기술의 발전성에 주목하고 조명 디밍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이 회사는 지능적으로 조명의 조도를 낮춤으로써 많은 투자없이 전력요금을 절감하고 탄소배출을 낮추는 `지능형조명전력제어기술`로 지난해 특허등록을 마치고 전력절감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K마크 성능 인정까지 획득했다. 지난 7월에는 정부 녹색기술 인증을 받는 개가를 올렸다.

피엔디네트웍스 관계자는 “녹색기술 인증을 통해 높은 기술력과 친환경기업 이미지를 높게 평가받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녹색기여도에 대한 최고의 인증을 받은 만큼 국내 판로 확대는 물론이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바이오 및 정밀화학 연구개발 및 제조전문기업 이룸바이오테크놀러지(대표 정진욱). 과일의 숙성 작용을 늦춰 유통기한을 2~3배 늘려주는 `1-MCP(1-Methylcyclopropene)`라는 물질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앞세워 국내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1-MCP 상용 생산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이룸과 미국 업체 두 곳만 갖고 있는 첨단 신기술로 최근 녹색기술 인증을 받았다.

이룸 관계자는 “그동안 어려운 기술을 설명하며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공인된 녹색인증 하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좋다”면서 “막연히 외국제품을 선호하던 농민들도 녹색인증을 받은 이룸의 1-MCP 발생장치에 대해 큰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미 유럽의 다국적기업으로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나라가 미래 국가경제의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그린산업`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열정과 도전은 뜨겁기만 하다.

지난 4월 14일부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인증제` 신청 현황에서 중소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녹색인증제 전담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8월 20일 기준으로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78건 중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이 39개 업체 42건을 차지한다.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대기업은 7개 업체 33건. 녹색전문기업 인증은 총 6곳 중 중소기업이 5곳이나 된다.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분야는 그린IT(26건), 신재생에너지(18건), 수자원(8건), 환경보호(8건), 청정생산(7건), 그린차량(3건), 신소재(3건), 탄소저감(2건), 그린주택(2건), 친환경농식품(1건) 등으로 다양하다.

녹색인증제가 일회성 정책에 그치지 않고 녹색기술을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성진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은 “녹색인증을 받은 중견 · 중소기업들이 곧 한국을 대표하는 녹색 기술 기업, 세계시장에 통하는 차별화된 녹색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녹색 중견 · 중소기업이 해외 녹색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부 역할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녹색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에서도 녹색기술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사업화를 위한 기반조성 및 판로확대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엔씨에너지 관계자는 “정부와 소비자가 녹색기업과 제품에 대한 각종 지원 및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경우,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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