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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벤처기업보다 실패한 벤처기업이 훨씬 많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벤처 기업들은 현대사에 큰 획을 그으며 성공 가도를 달린다. 마이크로소프트 · 애플 같은 대형 기업도 처음에는 실리콘밸리의 허름한 창고 속에서 시작했으며, 지금도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벤처 기업들이 이 같은 성공 신화를 선망하며, 제2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꿈꾼다. 국내에서도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특정 분야에서 세계 일등의 명예를 거머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벤처기업의 특성을 살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감행한 덕분이다. 이제는 성공한 벤처기업을 넘어 `글로벌 톱 메이커`를 노리는 히든 챔피언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히든 챔피언` 기업=지난 금융위기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업체가 환율 영향으로 주춤하는 사이 국내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가파른 속도로 높였다.
삼성, LG 등 국내 세트업체가 금융위기의 타격을 덜 받아 국내 부품 업체들도 비교적 실적 악화를 덜 겪었다. 국내 세트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생산규모 감축 속도를 늦추면서 협력업체인 부품회사들도 금융위기 이전 생산규모를 유지했다. 또 경쟁 업체들이 위축된 사업을 진행한 반면에 국내 업체들은 공격적인 영업을 감행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국내 부품 업체들은 늘어난 글로벌 부품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스테핑 모터 전문기업인 모아텍은 주력 제품인 광저장매체(ODD)의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증가한 60%로 끌어올렸다. 몇 해 전만 해도 선진 업체에 기술을 이전받아 OEM 방식으로 생산했지만 지금은 당당히 세계 일등을 자랑한다.
휴대폰용 프리즘시트 제조기업인 엘엠에스도 국내 휴대폰 업체의 활황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작년 동기 대비 10%p 증가한 60%를 차지했다. 최근 3M과의 특허소송에 승리해 특허 장벽 안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 환경을 만들어냈다.
나우주 엘엠에스 사장은 “여전히 해외 기업에 독점적으로 의존하는 부품이 많고, 독점 기업들은 단단한 진입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벤처 정신으로 무장하고 도전한다면 단단한 독점 시장도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에스이도 지난해 세계 마이크로폰 시장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50%를 기록했다. 특히 내년 스마트폰의 수혜가 예상돼 시장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입체 음감을 위해 한 개만 쓰던 마이크로폰을 두 개 이상 채택하는 모델이 늘기 때문이다. 또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멤스 마이크로폰 분야에도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 기술력 우위를 확보했다.
에스피지는 냉장고 얼음 분쇄기 모터 세계시장 90%를 차지해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독점시장 체제를 유지한다. 크루셜텍은 휴대폰의 마우스로 불리는 옵티컬트랙패드(OTP)를 개발해 대부분의 글로벌 휴대폰 업체와 거래하며 세계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벤처 정신으로 또다시 도전하는 일등 벤처 기업들=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부품업체들도 차세대 성장산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위기를 딛고 세계 1위의 타이틀을 쟁취했지만, 향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산업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세계시장 1위지만 관련 시장 규모가 작아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점도 크게 작용한다. 특정 제품 및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기업의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벤처 업체도 늘고 있다.
엘엠에스는 지난해부터 광 픽업 모듈용 편광 필터 매출 확대에 나섰다. 편광 필터는 광픽업 모듈에 내장되는 유리판으로 나노 패터닝을 통해 레이저 다이오드(LD)가 통과하면 읽고 쓰는 신호를 생성시키는 부품이다. 그동안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독점 판매해 왔지만 최근 엘엠에스가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편광 필터는 영업이익이 20%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비에스이도 지난해부터 신규 사업으로 스피커 · 리시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일손이 많이 필요한 대표적인 가공 산업이지만 비에스이의 자동화 생산공정 기술로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다. 시장 규모도 마이크로폰에 비해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모아텍은 자회사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3년 전 인수한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 전문업체인 하이소닉을 통해 손떨림방지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개발했다. 기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 적용됐던 스테핑 모터 방식이 아닌 보이스코일모터(VCM) 방식으로 개발해 소형화 이점을 강화했다. 하이소닉은 이 제품을 휴대폰 카메라 모듈에 적용한 후 디지털 카메라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방극연 비에스이 해외영업 이사는 “대부분의 히든챔피언 기업들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도,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사업 찾기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IT시장 트렌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자만은 곧 기업의 생명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스> 벤처 기업이 히든 챔피언 기업으로 성공하는 비법
경영에는 정답이 없는 것처럼 히든 챔피언으로 거듭난 국내 벤처 기업들이 취한 전략도 제 각각이다. 엘엠에스는 독점시장을 공략하면서, 2등 전략을 철저히 이행했다. 지난해 3M과의 특허 소송에 승소하면서 유명해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엘엠에스는 3M이 독점하고 있던 휴대폰용 프리즘시트 시장에 비집고 들어가 지금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눈독 들이지 않을 만큼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 휴대폰용 프리즘시트 시장은 1500억원 규모에 불과해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일등의 명예를 달성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아사히글라스가 독점하고 있던 광 픽업용 편광 필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편광 필터 시장은 800억원 규모로 아사히글라스가 독점하고 있었다. 엘엠에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블루오션 전략`도 중요한 요인이다. 기존 경쟁시장에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만이 남아있다. 반면에 블루오션 전략을 통해 초기 시장을 개척하면, 막대한 수익을 독점적으로 누릴 수 있다. 대부분의 벤처 기업이 이런 방법으로 성공을 만들어냈으며,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창업자들이 좋아하는 전략이다.
크루셜텍은 경쟁 시장으로 변한 터치스크린 대신 광학 방식을 이용해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UI)인 `옵티컬 트랙 패드`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업체다. 광 마우스의 개념을 이용해 휴대폰에 적용했다. 이전에도 OTP의 개념을 생각하고 시도한 기업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제품으로 구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광학기술 기반이 뛰어난 크루셜텍은 몇 년 동안의 노력 끝에 성공했다.
비에스이는 공정 기술 자동화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일등을 거머쥐었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업체들보다 원가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지금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마이크로폰 전문업체가 됐다.
<인터뷰> 안건준 크루셜텍 사장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은 고단하지만, 그 성과의 열매는 달고 풍성합니다. 크루셜텍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고, 결국 성공을 일궜습니다. 누구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해내는 사람은 드물죠. 그것이 벤처 성공의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안건준 크루셜텍 사장은 “남이 개척한 길을 따라가면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적다”면서 “기적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일등을 차지한다고 해도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결과물도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크루셜텍은 일반 광 마우스의 원리를 역으로 이용한 제품인 옵티컬트랙패드(OTP)를 블랙베리에 독점 공급하면서 유명해진 벤처기업이다. 휴대폰에서 마우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OTP는 스마트폰 등 고급 휴대폰에 주로 장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넘어 피처폰에도 적용되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특정 세트업체에 의존도가 높은 데 비해, 크루셜텍은 세계 최초로 직접 개발한 제품을 글로벌 휴대폰 업체 대부분에 공급하는 특이한 국내 부품기업이다.
안 사장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자신감과 실천 능력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발음하기 힘든 `크루셜텍`을 사명으로 고집하는 것도 독한 마음을 먹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조직과 자본이 부족하다고 해서 목표한 바를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입니다. 모든 필요한 것은 주변에 있으며, 이를 나에게로 끌어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는 크루셜텍이 이제 막 작은 결승점에 도달했을 뿐 또 다른 출발선상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당당하게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명히 새기면서 세계 최고의 히든 챔피언으로 인정받을 그날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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