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대항해시대]청년창업, 죽음의 계곡을 건너라

한국 벤처가 늙고 있다. 창업환경 개선으로 신설법인은 늘었지만 20 · 30대 청년창업은 계속 줄고 있다. 퇴직자들의 생계형 창업과 40 · 50대의 재창업이 다수를 차지할 뿐 청년들은 실패 부담에 창업의 꿈을 접은 지 오래다. 이는 사업 실패자를 마치 죄인 보듯이 하는 한국사회의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꿈과 도전정신으로 창업을 하기에는 그 한 번의 실패에 따른 대가가 너무나 크다. 청년사업가는 미래 국가경제를 이끌 주역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육성해야 할 존재다. 실패는 비난이 아닌 응원의 대상이 돼야 하며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실패한 사업가에게도 재도전의 용기로 삼을 수 있는 박수를 쳐줄 때다.

창업 후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좌절을 경험하는 곳, 사업을 하면서 반드시 두 번 정도는 겪게 되는 위기, 기업인들은 이 과정을 흔히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부른다.

기술의 난이도가 점차 높아지고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죽음의 계곡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죽음의 계곡은 창업 의지를 꺾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업실패=신용불량자`라는 등식이 자리 잡은 국내에서는 죽음의 계곡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크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일단 `말리고 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선 대기업 취업,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면서 청년 창업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실제로 지속적인 창업환경 개선과 경기회복 기조에 신설법인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녹색산업 등 첨단기술의 청년창업은 급감하고 있다. 2000년도만 해도 54%를 차지하던 20 · 30대 청년 벤처 비중은 2008년 기준 12%로 줄었다. 첨단기술 제조업 창업도 같은 기간 동안 1만407개에서 5081개로 줄었다.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 글로벌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청년창업이라는 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녹색성장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는 이 시장을 담당할 젊은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 기업가들이 두려워하는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는 환경과 재도전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사업실패=신용불량자` 등식이 사라져야 청년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청년창업 녹색 · 지식 · IT 삼총사를 키워라=2012년까지 총 3만개의 청년 창업기업 양성과 8만여개의 일자리 창출. 이달 정부가 `청년 기술 · 지식창업 지원 대책`에서 밝힌 목표다. 경기불황 이후 점점 사그라지고 있는 청년 창업과 기업가 정신 육성을 통해 신성장 분야에 역동성을 확보하고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그 주역으로 정부가 꼽은 창업모델은 △녹색 등 기술창업 △지식창업 △IT 응용창업의 세 분야다.

녹색 등 기술창업 분야는 창업교육, 시제품 제작, 시장성 검증, 멘토, 마케팅까지 창업 아이디어 발굴에서 상품화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곧 세계 산업시장의 중심이 될 녹색경제 분야를 선점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 확보와 강소기업 배출의 기반을 닦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연구 중인 기술의 사업화가 중심으로 무엇보다 자금지원이 우선이다.

이미 정부의 올해 지원 수요는 지난해 대비 87%가 늘고 녹색기술 기반의 청년창업 촉진 프로그램도 6월부터 시행되는 등 관련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 연구결과 사업화 청년창업은 자금의 90%까지 지원, 대학 · 연구기관 현물출자 특허기술 가치평가 비용 70%(2000만원 한도)까지 지원 등 자금 지원 폭이 대폭 늘어난다. 여기에 올 12월에는 외국인력 창업에 대응한 `외국인 녹색기술창업 멘토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지식창업 분야는 관련 창업교육, 공간, 자금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 당장 이달부터 서울시 등에서 시행하고 있던 청년창업 모델을 지자체 여건에 맞게 확대 실시한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는 패션, IT 등 각자 자치구를 대표하는 사업 아이템과 관련한 교육 및 사업화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내년 4월까지 7개월간 16개 시도별 평균 200여개씩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IT 응용은 최근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많은 예비 청년창업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정부는 이 분야를 1인 창업의 적소로 보고 주요 대학 등에 `앱 창작터` 및 `글로벌 앱 지원센터` 등 창업지원 시설의 지속적인 운영으로 앱 번역 및 홍보물 제작, 지식재산권 보호, 해외 동향정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앱 개발을 넘어 실제 사업화를 위해 이동통신 3사 등 대기업과 1인 기업 간의 상생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절한 이익분배 모니터링과 규제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청년창업 삼총사로 나서게 된 그린, 지식, IT 산업은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내기 벤처기업과 궁합이 잘 맞는 분야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주도권을 가져가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기존 대기업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 갈 핵심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 만들기가 청년창업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기술의 사업화, `죽음의 계곡`을 넘어라=창업 이후 기업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기술과 아이디어의 상품화와 판매다. 이 단계에서 기업이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이지만, 수년간의 연구개발로 자본구조가 약화되고 변변한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투자 및 지원 자금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이에 정부에서는 기술개발 및 성능시험, 신용보증 등 정부가 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창업보험, 엔젤투자와 같은 민간기능을 병행해 △기술개발 및 이전 △시제품 테스트 및 기술보험 △사업화자금 및 공공구매 확대 등을 촉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우선 대학 · 연구기관 보유기술이 창업기업 이전 시 인센티브가 강화되며 특히 올해 신설한 `창업기업 전용 R&D사업`의 출연 규모가 330억원에서 내년에는 10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난다. 중기청은 대학 · 연구기관을 대신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미활용 보유기술을 교과부 등에 일괄 양도승인 신청할 예정이다. 또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항목에 `창업지원역량`을 반영해 적극적인 대학 · 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참여를 독려한다.

상품화를 위한 최종 점검단계인 시제품 테스트 환경도 한층 개선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시험 연구장비 DB를 구축하고 모바일기기 종합시험센터를 설치한다. 내년까지 전국 대학 · 연구기관이 보유한 1만종의 연구장비 및 시험설비를 DB화하고 창업기업의 경우 최고 75%까지 장비 이용료를 지원한다. 여기에 기술 사업화가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이 가능하게끔 `창업자 기술보험 상품`을 개발 추진, 일정 기간 내 부도로 폐업했을 때 보험금으로 채무를 상환하거나 R&D에 성공하면 정부에 상환하는 기술료로 보험료를 보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화 자금 지원은 신보 · 기보를 통해 창업기업에 대한 보증을 지속 확대하고 청년창업에 대한 엔젤투자 확대를 위해 모태펀드에서 90억원을 출자하는 등 15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신규 조성으로 푼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벤처기업 주식을 5년 이내 양도하더라도 회수금액을 다른 벤처기업에 재투자하면 세금납부를 연기해 주는 `양도세 과세이연`이 허용되는 등 제도적 보안도 함께 진행한다.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창업기업을 위해 내년부터 공공기관 및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신기술제품 간 `제한경쟁입찰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실제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품 구매책임자의 면책범위도 확대도 추진한다.

정부의 청년창업 삼총사(그린, 지식, IT) 육성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해당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관련시설과 투자여건, 판로 부분 등 주변 환경적 요소까지 포괄한다는 점이다. 이는 실질적인 벤처생태계 구축을 통해 `청년창업` `기업가정신` 등을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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