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요금을 낮추는 등 소비자 가치를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사업자들이 외형을 키우면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통신 사업자들이 유무선 사업 통합 등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미국 의회조사기관인 회계감사원(GAO)은 최근 미국 이동통신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에 걸친 업계의 M&A로 AT&T, 스프린트넥스텔, 버라이즌와이어리스, T모바일 4개 거대 사업자가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90%를 지배하게 됐다”면서 “사업자수가 줄었지만 소비자들은 다양한 서비스와 넓은 서비스 제공지역(커버리지), 낮은 요금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이통시장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M&A가 활발했다. 스프린트가 넥스텔과 합병하고 SBC가 AT&T를 인수했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는 MCI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시장 재편이 이뤄진 바 있다.
GAO에 따르면 거대 사업자들은 합병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이동통신 요금 수준은 10년 전인 1999년의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문자, 데이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 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시장에서는 공정 경쟁이 훼손되는 등 일부 부작용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GAO는 “거대 사업자들로 인해 지역 기반의 군소 사업자들은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업계에 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시장 경쟁 상황을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지난해말 현재 2억8500만명으로 10년전인 1999년 350만명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미국에는 최소 60개 이상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있으며 이동통신 관련 산업은 연 1500억달러(약 179조7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미국 가정의 40% 가까이가 휴대폰을 주요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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