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나희승의 철도 르네상스 <2>미래 선진국의 바로미터 철도

21세기 수송혁명을 주도하는 교통수단은 무엇일까. 미래사회가 선택한 교통혁명 `철도`는 과연 어떤 길일까.

첫째, 가장 빠른 길이요, 가장 안전한 길이다. 둘째, 경제를 생각하는 길이며, 환경친화적인 녹색의 길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와 유라시아대륙이 소통하는 길일 것이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은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 중심에 증기기관이 있었다. 특히 증기기관차는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 간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국제화시대의 서막을 연 `운수혁명`의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20세기에 승용차와 항공기를 권하는 사회가 등장하였고, 철도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철도의 속도는 끊임없이 빨라졌다. 일본의 신칸센,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그리고 한국의 KTX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는 고속철도의 시대를 개막하였다. 시속 300㎞의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는 불사조처럼 다시 교통혁명의 주역으로 부활하고 있다. 교통수단간 속도의 무한 경쟁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고속철도는 승용차보다 3배 빠르다.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의 등장은 항공기의 속도를 위협하고 있다.

철도는 빠르지만 안전한 길이다. 철도는 도로에 비해 30배 이상 안전하다. 2009년 자동차사고 사망자 수는 5838명으로 미국 9 · 11 테러 사망자수의 2배에 육박한다. 부상자에 의한 사회적 손실은 더욱 크다. 같은 기간 철도사고 사망자 수는 158명이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열차 충돌, 탈선,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대부분 선로 무단통행, 승강장 사고, 선로 상 자살이 주원인이다.

철도는 환경친화적인 녹색의 길이다. 교통수단이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 비행기와 승용차는 철도보다 6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한다. 서울~부산 간 이동 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철도가 11㎏, 승용차는 66㎏ 이며, 두 이동수단 간 차이인 55㎏은 소나무 1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다시 말하면 “당신이 경부선을 한 번 이용할 때마다 당신은 소나무 11그루를 심은 것이다.”

철도는 비행기보다 3.5배, 승용차보다 5.8배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미래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석유의 절대적 공급부족 시기에 우리의 일상은 보다 혁신적인 삶의 변화, 사고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불을 마시는 제트엔진과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자동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진화하는 인류와 문명을 위한 또 다른 수송시대가 열릴 것이다. 철도는 잠자는 거인이다. 정신없이 뛰어오르는 유가가 이 거인의 잠을 깨울 것이고 거대한 혁신이 시작될 것이다.

미래는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태평양까지 연결해주는 유라시아고속철도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교통 · 에너지 · 운하 · 정보통신, 기타 기초인프라가 일정한 공간에 집적되어 단일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시 국가와 국가, 대륙과 대륙사이를 가까이 이어주는 초고속회랑을 형성한다. 이것이 `21세기 철의 新 실크로드`인 것이다.

역사학자 윌리엄 버스타인은 그의 저서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조건으로 시장경제 활성화, 과학적 합리주의, 빠르고 효율적인 통신과 수송체계를 제시했다. 이미 유럽 등 선진국은 `지속가능개발`이라는 정책적 패러다임에 근거해, 도로중심 교통체계로부터 환경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철도중심 교통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도시의 체감거리가 가까워진다. 수도권에 집중된 정보의 흐름이 지방으로 빠르게 전달되어 지역 간 정보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전체 SOC 투자 중 철도 비율을 현재 29%에서 2020년 5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철도야말로 미래의 선진국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부장 hsna@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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