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 네트워크에 끊김 없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경제 및 사회 활동,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위한 기회를 창출한다.`
지난 2008년 세계 42개국 장관 및 정부대표단, 민간 글로벌 리더, 국제기구 대표 등 총 3000명이 참가한 `서울 OECD 장관회의`에서는 `인터넷 경제를 위한 서울 선언문`이 발표됐다.
당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이였던 케빈 마틴과 유럽위원회(EC)의 통신담당 집행위원 비비언 레딩 등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 서울선언문은 대부분의 인터넷 관련 국제회의에서 논의됐던 인터넷 인프라 확산을 결의하는 수준을 넘어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망 중립 개념을 도입했다.
사용자의 선택권 확장과 인터넷의 창의성 등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서울 OECD 장관회의에서부터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망 중립성 범위는 규제 당국이 당장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 망 중립이 단순한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OECD 장관회의는 유력사업자들이 인터넷을 독점해 보편적인 네트워크 고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팽팽해지는 망 중립 논쟁=방송통신 분야에서 망 중립성 논쟁의 불씨는 본격 점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가 이용자인 한 포털 업체에 전용회선을 제공하면서 부당하게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한 것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포털 업체에 대한 망 제공 업체의 차별을 지적한 사례였다.
반대로 망사업자의 망을 통해 별도의 설비투자 없이 간접접속 등의 방법으로 기간통신사업자의 역무를 침해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별정사업자 간접접속 금지법도 통과됐다. 망에 대한 투자 없는 무임승차를 법으로 막은 사례다.
때로는 기업과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내법과 해외 서비스의 대립도 나타난다. 구글의 유튜브 동영상이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국내 업로드 서비스를 차단하게 된 것에 대해 서비스 차별이며 망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극단적인 망 중립 주장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에다 최근 스마트폰 도입으로 유선에서 무선까지 망 중립의 문제가 확대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망 중립성 논란은 스카이프 등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로 범위를 넓어졌다. 또 망 중립과 무임승차는 유선 인터넷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통신 시장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망통신사업과 부가통신사업의 역무 구분 문제로 이어졌다.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는 m―VoIP 업체들의 주장과 기간망통신사업자들의 역무를 편법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망 중립 포럼의 발족과 활동=이처럼 국내에서 고개를 드는 망 중립성 논쟁에 따라 `망 중립성 포럼`이 지난 5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방석호 · KISDI)을 중심으로 발족했다. 학계와 정부, 사업자와 단체를 아우르는 사람들이 이 포럼에 참여한다. 특히 이해 관계의 대척점에 있는 통신서비스 3사와 대표 포털 업체인 NHN과 다음이 참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는 두 번의 세미나를 통해 각 사업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다. 지난 5월 처음으로 망 중립성 포럼에서는 간사를 맡고 있는 김희수 KISDI 박사가 망 중립성에 대한 주요 검토사항을 발표한 뒤, 네트워크 사업자(NO)와 콘텐츠 사업자(CP)가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KT가 네트워크사업자를 대표해 발제자가 망 중립성에 대한 입장을 조리 있게 주장한 것과 달리 이베이옥션스카이프가 CP의 대표로 나서 해외에서 논의된 망 중립성 지지자들의 논리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망 중립성 포럼 세미나에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들이 빠진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6월 29일 열린 2차 세미나는 비공개로 이뤄져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 최대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과 최대 포털인 NHN이 각각 망 중립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2차 세미나 그 경과는=특히 이날은 지난 1차 때 의견을 내지 않았던 NHN이 망 중립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관심을 끌었다.
NHN 측은 014XX로 대표되던 PC통신은 결국 개방성이 보장된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막을 내렸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개방성이 폐쇄적인 구조를 딛고 열린 생태계가 조성됐고 결국 개방적인 인터넷 환경에서 NO와 CP가 동반 성장을 해왔다는 점을 내세우며 망 중립과 개방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NO가 접근성을 높이고 CP가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서로의 역할을 분담해가면서 발전하는 모델이 이상적이라며 망 사용자들과 달리 역할 분담론을 내세웠다. 오히려 지금까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CP업체를 겸업하거나 인수해 경쟁해왔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기업이 생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점유율 1위인 네이버가 유발하는 열어본 페이지를 의미하는 페이지뷰(PV)가 국내 전체 PV의 17%임에 비해 전체 트래픽 중 4.4%에 불과한 트래픽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병목 현상의 발생 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적정한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망 중립성의 예외를 법안을 통해 인정하게 될 경우는 국내법을 무시하는 음란물이나 심각한 국내법 위반 등 공적인 영역에서 반하는 부분에만 적용해야 하고 이를 판단하는 기준도 공공기관이 맡아야 하며 NO에게 이를 위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NHN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의 과부족을 판단하려면 회계정보와 망 운영 정보의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통신 사업 관련법으로는 IDC 이용에 관련해 망 사업자가 오히려 망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사전에 방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향후 망 중립성은 객관적인 사실 관계나 우리나라와 외국 간 시장 및 규제환경의 차이 등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검토해 정책 반영 여부 및 방안 등을 결정함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망 중립성이 이를 발의한 미국에서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논란의 대상으로 미국의 낙후된 초고속인터넷 시장 등에 기인한 미국 고유의 정치적 이슈로 보는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1차 포럼에서 이베이옥션스카이프를 통해 발표된 m-VoIP에 대해서는 무선망을 기반으로 한 그 자체의 효율성이나 혁신성보다 이동통신망에 대한 무임승차일 뿐이라며 단호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음성서비스 제공 사업은 재판매 제도 등의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입장이다. 그 근거로 스카이프 회원 간 통화는 데이터 망만을 사용함에 따라 통신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발신망 이용대가 및 착신망 접속료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스카이프 비회원에게 발신하는 때에도 통화 착신 사업자의 음성망을 사용함에 따라 착신 사업자에게 접속료를 지불하나 발신망 이용대가는 지급하지 않아 무임승차의 피해를 준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지난달 5만5000원 이상 요금제에 m―VoIP를 전격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5만5000원 이하의 요금제의 VoIP를 차단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T-모바일을 비롯한 여러 통신사업자는 m―VoIP 차단을 먼저 선언하고 곧바로 허용 요금제 출시했던 선후 관계를 바꿔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상업적 계약으로 콘텐츠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가 망 중립성 위반인지 불분명한 것”이라며 “SK텔레콤은 5만5000원 요금제에 사용자에 대해서는 VoIP 패킷에 대해 일반 데이터 패킷과 똑같이 취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월 공개워크숍, 일반 비공개에 비판의 목소리도=망 중립성 포럼은 오는 11월 일반에게 세미나의 회의 내용을 토대로 한 공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망 중립성 포럼은 앞으로의 논의는 망 중립성의 본질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내용이 전달 과정에서 곡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포럼의 의장을 맡은 이천표 서울대 명예 교수는 “1차 회의에서 세미나 내용이 공개돼 일부 어려움이 있어, 2차부터는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며 “회의 내용이 알려져 쓸데없는 이념 논쟁으로 비쳐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망 중립성 논의의 핵심 가운데 소비자 권리 보장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논의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정부와 유관업계가 망 중립성 논란의 중요성을 인식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으로 포럼을 구성한 만큼, 공개인지 비공개인지 형식적인 논의보다는 조만간 본격화될 각종 이슈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마련해 세계 망 중립성 논란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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