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이사회 최고경영자 허드 축출로 피소

세계 최고의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의 최고 경영자(CEO) 마크 허드(53)가 최근 성희롱과 회계 보고서 조작 등 추문으로 사임한 것과 관련해 HP 이사회가 주주대표소송을 당했다.

이런 가운데 마크 허드는 스캔들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다음 자리까지 거론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그의 사임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허드의 사임이 미국 IT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허드 축출 이사회 주주대표소송 당해=미국 코넷티컷주 소재 한 법률회사가 지난 10일 캘리포니아 소재 샌타클라라 카운티의 최고법원에 HP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이 법률회사는 이사들이 허드의 사임과 관련해 수탁자의 의무를 위반하고, 광범위한 부실경영과 기업자산의 낭비, 정보의 남용 등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허드에게 준 퇴직금을 되돌려받을 것과 함께 이사회 멤버들에게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 회사는 "허드와 HP 이사회의 잘못으로 HP의 신용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시장도 HP에 응징을 가해 시가총액이 무려 90억 달러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美 언론은 이미 허드 다음 자리에 관심=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최근 `허드의 다음 자리는?`이라는 칼럼에서 허드가 비록 스캔들로 오명을 피할 수 없지만 헤드헌터들은 루머보다는 장래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차기자리 후보로 경쟁사인 델과 함께 제너럴 모터스(GM), 오라클, 사모펀드(private equity) 회사 등을 꼽았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과 고위직 채용전문가 등을 인용해 최근 마크 허드가 사임한 뒤 대중에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는 대기업보다는 사모펀드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허드가 스캔들로 인해 노키아나 경쟁사인 델의 CEO가 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8년간 HP의 CEO를 역임한 만큼 중소기업으로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시티븐 캐플란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허드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단 한차례의 실수였고 사기 등이 개입되지 않은 만큼 사모펀드회사에서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회사는 구조조정 때문에 공격적인 비용절감 등 종종 발생하는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것이 바로 허드가 HP에서 했던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그같은 일이 요구되고 있는 세계 1위의 지불결제기업인 퍼스트 데이터의 CEO로 간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단지 2만 달러 회계조작으로 축출?=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성희롱이 허드의 사임 원인이 아니며, 회계보고서 조작규모도 2만 달러에 불과해 이 때문에 허드와 같은 거물이 낙마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학 `미디어X` 상임이사이자 HP 전 직원이었던 척 하우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HP는 비용절감을 위해 독단적으로 많은 HP 직원들을 몰아냈던 허드를 밀어낼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HP 전직원들에게 마크 허드의 별명이 `자객`(thug)일 정도로 직원들의 반발을 샀으나 이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랐으며, 결국 회계조작이라는 편리한 이유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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