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업계에는 무수한 창업이 이어진다. 콘텐츠를 만드는 산업이다보니 뜻 맞는 사람 몇몇이 모이면 별다른 준비가 없어도 회사가 만들어진다. 창업이 쉬운만큼 성공도 힘들다. 게임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명성을 가진 인사들이 세운 회사도 실패하기 일쑤다.
김형철 사장이 만든 브리디아도 게임 업계에 새로 출사표를 던진 신인이다. 작년 8월에 회사를 만들었으니 이제 딱 1년이 지났다. 물론 어느 정도 유명세를 가진 멤버들이 모였다. 회사 운영을 총괄하는 김 사장은 다음을 거쳐 웹젠에서 CFO를 역임했다.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강기종 PD는 웹젠에서 `헉슬리`를 만든 주역이다.
김 사장은 게임 업계의 창업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는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서 성공 이전에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4% 내외”라며 “그 4% 안에 들기 위한 준비를 1년 동안 해왔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계산한 4%의 공식은 이렇다. 국내에서 게임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업체는 20% 정도란다.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열에 여덟은 기획 단계에서 개발로 넘어가면서 답보 상태를 보여, 결국 게임 자체를 끝내지 못하거나 완성해도 누더기를 내놓는다는 말이다.
그나마 20% 중에서도 흥행성 있는 게임을 만드는 능력은 또 20%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 시기 게임 이용자들의 정서를 읽고 다양한 재미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능력이다. 결국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체의 20%에서 또 20%, 즉, 4%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인력 구성을 다르게 했다. 그는 “소위 선수들만 모았다”라며 “최소 10년차, 팀장급을 모아서 1.5배의 연봉을 주고 2배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소 인력으로 최단 시간에 높은 수준의 게임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브리디아는 현재 두 개의 게임을 개발중이다. 인력은 고작 20명이다. 게임하나 만드는 팀이 10명인 셈이다. 그 중 하나는 이미 운곽이 나왔다. 르네상스 배경의 FPS게임이다. 10명이서 1년 만에 만든 게임이다.
김 사장은 “대개 FPS게임은 현대전이 배경이지만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에 다양한 민족의 대결을 그렸다”라며 “단지 외형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독특한 게임을 내놓겠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이 말하는 내용적 독특함은 인공지능에 달려 있다. 왜 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초기 진입 장벽이 높은 FPS게임의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인공지능 캐릭터와 충분한 대결을 펼친 후 다른 사람과 대결하도록 배려했다. 언리얼3 엔진의 높은 인공지능 수준을 충분히 살리겠다는 생각이다.
김 사장은 “해외 업체들과 접촉했는데 이미 대만과 일본에선 러브콜이 오고 있다”라며 “국내 퍼블리셔는 게임이 더 완성된 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FPS게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니 기대해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