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글로벌 선두` 머지않았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톱 클래스(Top class)’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싼 가격’ 외에는 볼 게 없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흠을 찾기 어렵다’는 쪽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고, 중국과 유럽에서는 도요타마저 훌쩍 추월했다.

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1조5천660억원)과 순이익(2조5천170억원)을, 기아차는 사상 최대의 매출(10조6천286억원)과 영업이익(7천33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는 내수 부진에도 전체의 51.5%에 달하는 해외 공장 판매와 수출이 초호황을 이뤘고, 기아차는 현대차를 위협하는 내수 신장세에다가 글로벌 판매 역시 세계 곳곳에서 호조를 이어간 것이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배경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세계시장 판매량이 176만3천345대(도매기준)로 작년 동기보다 26.7%, 기아차는 처음 100만대(소매기준)를 돌파하며 작년 대비 34.1%나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는 540만대(현대차 346만대, 기아차 194만대)로 돌발 변수가 없는 이상 초과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를 통한 양사의 매출 목표는 무려 85조6천억원(현대차 55조원, 기아차 30조6천억원)에 달한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미국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주지사를 만나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총 600만대 이상의 판매 목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미래 청사진을 밝혔다.

◇선진 시장서 브랜드 인지도 급상승=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쏟아왔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괄목상대할 수준이다. 무엇보다 품질을 최우선시했고 현지전략형 신차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뒷받침한 결과 시장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지난 6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5.2%, 기아차는 3.2%의 점유율로 양사를 합쳐 미국 진출 이래 가장 높은 8.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총 판매 대수는 8만3천111대로 닛산(6만4천570대)을 제치고 6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현대차는 월간 점유율로 작년 처음 4%대를 돌파한 후 이번 5%를 넘어섰다.


현대·기아차의 북미시장 선전의 주역은 쏘나타와 쏘렌토R다. 작년 말부터 신형 쏘나타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상반기 판매 실적이 15만4천64대로 작년(8만3천595대)보다 84.3% 증가했다. 쏘나타는 지난 2월 미국 최대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기관인 ALG로부터 54%의 3년 후 잔존가치 평가를 받아 동급 차종 최상위권에 진입했고,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로부터는 ’최고 안전한 차(Top Safety Pick)’로 뽑히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쏘나타는 6월 1만7천771대가 팔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 차종 중 9위에 올랐다.

올해 준공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첫 생산 차종인 쏘렌토R는 6월에만 8천608대가 팔리는 등 미국서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자리를 잡았다. 2월에는 도요타 RAV4를 제치고 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 판매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월 슈퍼볼 광고로 성과를 거둔 현대·기아차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판촉 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올해 쏘나타 하이브리드, 에쿠스 스포티지R, K5 등의 신차를 런칭해 북미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철옹성 같던 유럽의 문도 점차 열리고 있다. 월드컵 참가국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내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유럽시장에서 32만9천695대를 판매, 도요타를 제치고 아시아 메이커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거뒀다. 반기 기준으로 도요타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에서는 현지 생산되는 현대차 ix35, i30, 기아차 씨드의 판매 증가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인도서 ’거침없는 질주’=세계 자동차 시장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과 인도에서 최고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메이커가 바로 현대.기아차다. 작년 중국 시장에서 총 81만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현대차는 6월 중국에서 5만4천83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14.5% 신장했으며, 상반기 누적 판매도 32만8천692대로 27.8%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고, 기아차도 6월까지 16만817대를 팔아 작년 대비 76.8% 증가라는 기록적인 신장세를 이어갔다.

2분기 현대차는 올해 107%나 성장한 중국 SUV 시장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연간 누계에서도 판매 1위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중국 전체 차종별 판매 순위 2위를 달리는 위에둥(아반떼)과 ix35(투싼ix), 기아차는 푸뤼디(포르테), 싸이락투(쎄라토)가 돌풍의 주역이다. 인도에서 현대차는 현지 국민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내수 28만9천863대, 수출 27만17대 등 총 55만9천880대(전년 대비 14.4% 증가)를 판매, 법인 출범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률에 판매 개시후 11년 연속 판매 증가라는 대기록도 함께 세웠다. 총 60만대 생산 규모인 인도 공장에서 현대차는 현지 전략 모델로 개발된 i10, i20, 쌍트로, 겟츠 등을 생산하는데 작년 i10은 13만7천564대, 쌍트로 8만2천596대, i20는 3만3천458대가 각각 판매됐다. 현대차는 소형차 시장에서 점유율 24.6%를 차지했다. 올해도 현대차는 상반기 17만5천123대를 판매, 작년 대비 29% 늘렸고 2007년 출시한 i10은 지난 3월 처음으로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하는 등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 올해 i10 개조차와 i20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출시해 인도시장에서 작년보다 7% 증가한 31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판매 증가가 지난해 미국 ’빅3’의 몰락, 도요타 리콜 사태 반사 이익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현지 전략차종을 개발해 적기에 공급하고 품질 관리에 힘써온 결과라고 자체 분석했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이 매년 해외법인을 방문해 생산과 판매, 품질 유지 현황을 점검하는 글로벌 현장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고, 선진국 시장에 치우치지 않는 현대.기아차의 고른 포트폴리오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례적인 신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인정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미국과 유럽 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 메이커들은 판매가 급감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11%나 증가한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도 세계 각지에서 판매가 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아직 최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현지 밀착경영을 강화해나간다면 수년 내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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