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공영방송사 육성 정책 시급

김성호 객원논설위원·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영국 국민의 자랑스러운 사회제도로 일컬어지는 BBC가 정부의 `수신료 인하` 정책에 가슴앓이를 한다. 일본의 3대 자랑거리로 칭송받던 NHK도 `수신료 10% 환원` 건(件)으로 경영위원회와 숨 가쁜 신경전을 벌인다. 이 두 세계적인 공영방송사를 지향하는 한국의 KBS 또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려는 시점에, 파업이라는 내홍(內訌)이 겹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공영방송사들이 내우외환에 힘겨워 하고 있다. 하늘같던 위상이 흔들리고, 평가절하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공영제도는 사회책임과 문화의 전파를 기본이념 및 방송목표로 하기 때문에 꽤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공영방송은 공공(public)의 이익(interest)을 추구하는 제도이다. 특히 품격 있는 선진사회를 지향하려는 나라에서는 더욱 필요한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의식이 빈약한 국가에서는 엄격한 공영방송사를 하나 쯤 육성하고 발전시켜, 그 매체가 공동체 구성원들이 선진 시민의식을 함양하고 격조 있는 삶을 촉구하는 도구로 쓰여져야 한다.

한국의 공영방송제도의 현 주소. 지상파 4사 중 3개사가 공영방송사다. 더 나아가 방송공사가 2개나 되는 나라이다. 공영방송으로의 탄생 배경이나 정체성, 그리고 재원구조도 다 다르다. 한 마디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어느 공영방송사는 특수방송의 성격을 띠면서도 재원구조는 광고료, 수신료, 정부지원금, 협찬 등 돈이 될 만한 리소스는 모두 동원한다.

1980년 군부정권이 강압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영제도에, 2000년 플러스 알파가 합성된 우리의 공영체제는 이제 정비돼야 한다. 각기 관영적·사영적·국영적 체제라고 할 수 있어 자못 비빔밥 모양새다. 평생동안 외길로 방송을 공부하고(학생으로서), 방송을 제작하고(방송인으로), 방송을 가르치는 선생(교수)으로서도 진정한 공영방송제도가 무엇인가 헷갈린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차제에, 한국의 진정한 공영방송제도가 무엇인지 사회적 `어젠다`로 올려 논의되기를 바란다. 사람에 따라 견해가 각기 다르겠지만 필자는 일공영 다민영 체제를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자랑스러운 고품격의 공영방송사를 하나 쯤 육성해 보자. 그 공영방송에 재직하는 방송인은 여느 방송인과 달리, 급료가 비록 적더라도 자긍심의 권위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같은 정체성이 불분명한, 소모적 체제의 다공영 체제는 정비되어야 한다. 한국의 공영방송제도,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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