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기업이든 목표가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에는 큰 성취감을 느낀다. 국내 벤처기업들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추가됐다. 바로 매출 1000억원 이상인 ‘벤처 1000억클럽’ 가입이다. 혹자는 매출 1000억원 돌파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어느새 벤처업계에서는 1000억클럽 가입을 성공 대열에 올라섰다는 의미로 그리고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도약의 시기로 평가한다. CEO를 포함 경영진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시점이 되는 것이다. 또한 1000억클럽에 이름을 올렸다가 다음해에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의 심각한 실적 추락을 자책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벤처 1000억원클럽 회원사는 총 242개사.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연구원 협조로 1000억 벤처기업의 특징과 예전 기업과의 차이점을 비교했다.
◇6년 연속 멤버는 36개사 불과=2005년 처음 선정 후 올해까지 벤처 1000억 기업에 한 번 이라도 이름을 올린 기업은 323개사. 올해 242개사가 선정된 것을 감안하면 인수합병(M&A) 등의 경우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벤처기업들이 1000억클럽 가입이라는 영광을 누렸지만 그것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실제로 첫해인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선정된 곳은 36개사에 불과하다. 5회 선정된 곳이 23개사였으며, 4회와 3회가 각각 31개사와 44개사 그리고 2회 선정된 벤처가 66개사다. 한차례만 선정된 곳이 무려 123곳이 된다. 올해 처음 이름을 올린 곳이 50개사인 것을 볼 때 많은 기업들이 한차례만 이름을 올린 채 사라졌다.
◇경영성과 큰 폭 개선=지난해 금융위기속에서 1000억 벤처기업들은 숫자도 늘었지만 실적도 크게 좋았다. 지난해 1000억 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78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975억원으로 무려 2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50억원에서 올해는 172억원으로 늘었으며, 순이익 역시 키코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들이 많아 평균 4억 순손실을 보였지만 올해 선정된 곳들은 평균 127억원을 나타냈다.
자산은 늘고 부채는 줄었다. 지난해 1000억 기업들은 평균 자산은 1544억원이었으나 올해 선정된 곳들은 자산규모가 1757억원. 평균 부채는 지난해 901억원에서 올해는 893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덕분에 자기자본비율은 41.6%에서 49.2%로 높아졌고, 부채비율은 140.3%에서 103.4%로 낮아졌다.
◇음식료·섬유 늘고, 기계·제조 줄어=올해 1000억 벤처기업의 업종별 특성은 바이오를 포함한 음식료, 섬유, (비)금속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 지난해 23개사로 전체의 11.4%에 불과한 이들 업종은 올해 64개사로 2.5배 가량 증가했으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4%를 기록했다. 반면 기계·제조·자동차업종은 지난해 63개사에서 올해는 34개사로 무려 29개사나 줄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1.2%에서 14.0%로 낮아졌다. 소프트웨어개발, 정보통신 및 방송서비스업종도 올해 각각 2개사와 5개사가 감소했다. 최근 뜨고 있는 에너지를 포함한 의료와 정밀,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 그리고 통신·방송기기는 소폭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다소 평준화됐다. 지난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9%였던 서울·경기·인천(119개사)이 올해는 수적으로는 129개사로 10곳 증가했지만 전체에서의 비율은 53.3%로 줄었다. 대전·충청·강원이 지난해 29개사에서 올해 44개사로 증가하며 비율도 14.4%에서 18.2%로 늘었다.
◇3년 연속 20%대 성장, 14곳=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매출이나 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한 기업을 중기청은 ‘슈퍼 가젤형기업’으로 정의한다. 올해 선정된 곳 가운데 5.8%인 14개사가 슈퍼 가젤형기업이다. 이들은 신생 벤처기업들이 특히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해야할 곳. 슈퍼 가젤형기업은 빠른 성장기에 있는 기업들로 매출은 여타 1000억벤처기업과 비교해 다소 적지만 평균 고용 인원은 374명으로 많고, 업력이 12.9년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99억원과 311억원으로 비슈퍼 가젤형기업 평균인 158억원과 116억원에 비해 2.5배 이상 많았다. 벤처 1000억기업 가운데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다. 고성장세를 감안, 대부분인 13곳이 매출 3000억원 이하였으며 한곳만이 3000억원을 넘었다. 업종별로는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이 35.7%(5개사)로 가장 많았고, 에너지·의료·정밀과 정보통신·방송서비스가 각각 21.4%였다. 비슈퍼 가젤형기업의 주요 업종이 음식료·섬유·비금속(27.6%)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26.8%) 기계·제조·자동차(14.0)의 순이었던 것과는 큰 차이다.
◇1000억클럽 탈락은 곧 추락=올해 1000억클럽 명단에서 이름이 사라진 곳은 총 39개사. 이들의 실적은 1년새 크게 악화됐다. 2008년 평균 매출액이 1312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723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더욱 악화했다. 전년도 6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7억원 손실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 감소보다도 실적이 더 크게 악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그 여파로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급감을 면치 못했음을 암시한다. 상당수가 음식료·섬유·비금속과 기계·제조·자동차 등 일반 제조업체로 거래 대기업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종 파악이 가능한 34개사 가운데 18개사가 음식료·기계업종이었다. 에너지·반도체·통신기기 등 첨단제조(13개사)와 소프트웨어·정보통신(1개사) 등에 비해 많았다.
올해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신규 1000억벤처기업들의 평균 매출규모는 2008년 742억원에서 지난해는 1281억원으로 73% 늘었다. 영업이익은 90억원에서 18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결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금융위기를 기회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선 곳들이 좋은 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하청업체로 대기업만 바라본 업체들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위기의 시절 저가 또는 효율성이 뛰어난 제품을 찾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 뛰어다닌 벤처들은 기회를 맞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고객인 기업 또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판매처를 찾는다는 것 그리고 이를 순발력으로 적극 대처한 벤처기업들이 당당히 새롭게 1000억 벤처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1000억벤처 어떻게 조사하나
벤처확인제도가 시행된 1998년 이후 한차례라도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 가운데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매출 1000억원이 넘은 곳이 대상이다. 따라서 현재 벤처기업이 아닌 곳도 벤처 1000기업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대기업 규모인 곳도 이번 대상에서 벤처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기업은 제외했다.
4월 2일 기준으로 상호출자제한 소속기업은 총 17개사다. 이 기업들을 제외한 조사대상은 올해 5월 3일 기준 총 4만379개사다. 따라서 전체 벤처기업의 약 0.6%만이 1000억 벤처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벤처기업 수 증가율 뛰어넘는 1000억클럽
벤처기업 수와 벤처1000억기업 수 가운데 어느 것의 증가율이 높을까.
정답은 벤처1000억기업이다.
최근 수년 벤처기업수가 급증했지만, 1000억기업 증가율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2005년말 1만개를 밑돌던 9732개사에 불과했던 벤처기업수는 매년 크게 늘어, 작년 말 1만8893개사였다. 올들어서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아 이달 21일 현재 2만1628개사다. 증가율은 매년 10~20%를 나타냈다. 2006년 26%(이하 증가율)를 기록했으며 2007·2008년에는 각각 15%와 10%로 10%대를 기록했고, 2009년에는 23%로 다시 20%대를 보였다.
1000억 벤처기업수는 2006년을 제외하고는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2005년 68개사로 출발한 1000억 벤처기업수는 2006년 78개사로 14.7%를 기록한 이후 2007년과 2008년 30.8%와 49.0%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처음 200개사를 넘어선 지난해와 올해도 각각 32.9%와 19.8% 증가했다. 참고로 올해 1000억 벤처기업의 실적이 2009년 회계연도 실적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는 벤처기업수의 증가율이 높았다.
이달 21일 현재 벤처기업을 유형별로 보면 기술평가보증기업이 85.86%인 1만8569개사로 압도적으로 많다. 연구개발기업(1672개사, 7.73%) 기술평가대출기업(703개사, 3.25%) 벤처투자기업(588개사, 2.72%) 예비벤처기업(96개사, 0.44%) 순이다.
<연도별 1000억벤처기업 수>
자료: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연구원(1000억기업 선정년도)
<1000억 벤처기업 선정횟수별 현황>
<1000억벤처기업 경영성과>
<업종별 1000억 벤처 분포>
(단위 : 개, %)
<슈퍼 가젤형기업 경영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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