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국내 LCD 패널 및 장비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11세대 장비 개발의 필요성과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워크숍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패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11세대급 대형 LCD 장비 기술 및 개발 현황은 이미 10세대 장비 개발에 성공한 일본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며 “2012년 이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60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위해 11세대 라인이 가장 효율적이며, 대면적 국산 장비 기술 향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비 업계 관계자는 “11세대용 전공정 장비 개발을 위해서는 대형 공장 신설을 포함해 최소한 300억~5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장비업체 단독으로는 이 같은 대형 투자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 유지를 위해 차세대 대면적 양산 장비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산·관·학을 아우르는 업계 전반의 협력 체제가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비슷한 시기에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장비·부품소재 육성방안에도 이 같은 고민이 녹아 있다. 지경부는 국내 LCD 장비 산업이 기술 경쟁력이 취약하고 기업 규모가 영세해 해외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검사 및 세정장비 같은 후공정 장비는 국산화율이 80% 이상으로 수출 경쟁력도 있지만 노광기 등 핵심 전공정장비는 국산화율이 20% 수준으로 낮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고 1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LCD 장비 시장을 공략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분석이다. 또 주요 패널업체들이 외국 장비를 선호하고 수직계열화로 장비 업계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11세대 장비 국산화는 우리나라 패널업체들이 6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을 선점하고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대형 LCD 시장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으로 가장 주력이다. 이 중 60인치 이상 대형 TV용 패널은 2012년 이후부터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출하 면적 기준으로 지난해 14만㎡에 불과했던 60인치 이상 패널은 2016년 124만㎡로 연평균 36%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또 60인치 이상 공공 디스플레이 수요는 같은 기간 연평균 53%의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지난 4년간 8세대에 머무르면서 대만은 물론이고 중국까지도 8세대를 통해 우리나라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11세대 투자로 예전처럼 후발기업과의 기술 격차 및 생산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가동을 시작한 샤프의 10세대를 제치고 현존하는 최대 LCD 패널 라인을 선발 투자할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1세대 투자 여부는 대형 유리기판 운송부터 시작해 공장 건설, 장비 제작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대형 패널 시장도 중요하지만 현재 운용 중인 8세대급의 양산성을 확보해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11세대 장비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패널 업체들의 장비 개발 지원과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널 업체들은 명확한 11세대 투자 방향과 장비 및 재료의 규격을 제시하고, 대면적 장비 개발을 위한 인프라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장비 업체들도 신공정 등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하고 사양 표준화와 함께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구심점으로 ‘원 팀 플레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LCD 장비 개발 협의회에 주목=국산 11세대 LCD 장비 개발과 관련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LCD 장비개발협의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경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정책의 후속 대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이달 중순부터 연구회별 킥오프 모임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협의회는 향후 2~3년 내에 11세대 LCD 양산 라인의 신규 투자에 대비, 수요에 대응한 핵심 장비 개발을 위해 산학연 전문가의 긴밀한 협조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수요 기업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참여해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협의회는 우선 장비선진화위원회가 중심이 돼 주요 전략을 수립하고 우선 추진과제를 도출한다. 또 위원회 산하에 세부 장비별로 연구회를 구성, 대상 품목별 RFP를 도출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노광기, 에처, 화학증착기(CVD), 스퍼터, ?, 코터 등 전 공정장비를 비롯해 로봇 등 총 14개로 구성됐다.
최영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협의회에서 내년 신성장동력 장비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추진될 11세대급 차세대 장비 과제에 대한 우선 순위를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패널 업체가 함께 참여해 차세대 장비 개발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 산하 각 연구회는 이달 중순부터 킥오프 회의를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 16일 노광기 연구회를 시작으로 이번 주까지 14개 연구회별 첫 모임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9월까지 각 연구회는 품목별 RFP를 도출하고 10월까지 차세대 장비개발 기획보고서를 도출할 예정이다. 또 공청회와 장비선진화위원회 회의를 거쳐 우선 추진과제를 도출하고, 내년 2월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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