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눈높이

‘눈높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을 보거나 상황을 인식하는 안목의 수준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들의 마케팅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곧잘 강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학습지에서부터 의상, 아파트, 음식, 영화 등 인간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모든 기업들이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눈높이를 얼마만큼 잘 맞췄느냐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패가 직결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눈높이를 서로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청년 실업난이 대표적이다. 최근 광주에서 열린 ‘산업단지 취업박람회’에서는 구직자와 구인자의 눈높이가 얼마만큼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광주와 전남·북지역 120개업체가 960여명의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 참여한 이번 취업 박람회에는 9000여명이 넘는 대학생 등 구직자들로 북적여 외형상 성공을 거둔 행사로 비춰졌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17명을 채용할 예정인 한 코스닥 등록업체에는 150여명이 넘는 구직자가 서류를 접수하는 등 장사진을 이룬 반면에 나머지 영세한 중소기업 부스는 말 그대로 ‘휙 둘러보고 가는’ 수준이었다.

참가업체 한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처음부터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은 채 부스를 찾아오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고 씁쓰레했다.

반면,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의 천편일률적인 구인행태를 꼬집었다. 대학 졸업한지 2년 됐다는 한 구직자는 “달랑 회사 소개 카달로그 몇장 갖다놓은 회사들이 대부분”이라며 “회사의 비전과 성장계획, 직원 임금, 복지혜택 등을 당당하게 밝힌 중소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단 이번 행사 뿐만 아니다. 관공서나 취업전문업체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장을 찾았다가 허망하게 발길을 돌리는 중소기업인과 미취업자들이 많다. 청년층의 고용률이 겨우 40%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쪽(구직자)에서는 취업할 데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다른쪽(중소기업)에서는 사람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서로의 ‘눈높이’부터 맞추려는 노력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광주=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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