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지속적으로 스마트폰 점유율을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은 채 AT&T에 대항해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전문가들은 잇단 행보를 볼 때 버라이즌이 아이폰 대신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쓰는 스마트폰에 힘을 실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 자료를 인용해 버라이즌의 미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난 2008년 말 20%에서 지난 5월 26%까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AT&T의 시장점유율은 45%에서 40%로 내려앉았다. AT&T가 미국에서 독점판매하고 있는 아이폰의 무서운 기세에도 불구하고 버라이즌의 점유율만 성장한 것이다.
특히 지난주 버라이즌이 아이폰의 맹렬한 도전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드로이드X’ 판매를 시작하면서 더욱 입지를 넓혀갈 것으로 보였다.
주파수 경매 등을 거치면서 구글과 앙숙이었던 버라이즌은 아이폰의 위력을 인지하면서 태도를 바꿨다. 구글, 모토토라와 함께 첫번째 안드로이드폰 개발에 착수, ‘드로이드’가 탄생하는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6종을 내놓은 것. 구글과 긴밀하게 협력한 결과 버라이즌은 안드로이드OS가 미국 시장에서 1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돕게 됐다.
이런 안드로이드폰의 성공은 버라이즌이 아이폰에 포문을 열 용기를 줬다. 최근 광고에서 버라이즌은 아이폰의 안테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버라이즌이 구글과의 깊은 관계 때문에 아이폰이 실질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버라이즌향 아이폰이 ‘다음주’ ‘다음달’ ‘내년’에 나올 것이라고 진단해왔다.
찰스 울프 니담앤드컴퍼니 애널리스트는 “버라이즌은 아이폰을 갖지 못할 것이란 전제 아래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점공급 계약에 대한 소문도 버라이즌의 아이폰이 안 나올 것이란 주장의 근거다.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관련 법정 문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첫 아이폰을 출시할 때 AT&T와 애플은 2012년 만료되는 5년 독점 거래에 동의했다. 진위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일리 있는 내용으로 보고 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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