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열풍의 최대 수혜 기업은 누구일까. 애플 제품을 만드는 대만업체, 아니면 아이폰 덕분에 수익을 올린 통신사업자? 정답은 삼성전자다. ‘아이폰4’의 부품원가 중 27.5%를 가져가는 기업말이다. 삼성은 D램 메모리칩 하나(13.8달러)로 대만 팍스콘이 조립해 받는 대가(6.54달러)의 두 배 이상을 받는다. “그래봤자 부품 협력업체”라는 비아냥거리는 이에게 들려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실은 더 큰 이유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사안이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마이너 업체다.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노키아와 RIM이다. 애플은 비록 3위이나 스마트폰의 새 지평을 연 아이폰으로 시장리더쉽을 장악했다. 삼성은 아이폰을 겨냥한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단숨에 애플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요즘 스마트폰 얘기는 온통 아이폰과 갤럭시S 뿐이다. 세계 시장 40%에 육박하는 노키아 얘기는 쏙 들어갔다. 스마트폰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애플 덕분에 삼성은 이류기업에서 일류기업으로 껑충 뛰었다. 전혀 근거 없는 소리지만, 요즘 애플과 삼성의 경쟁을 보면 ‘둘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삼성전자는 애플 덕분에 마케팅에도 눈을 떴다. 삼성은 제조기업이다. 칩과 디스플레이부터 완제품까지 기업 고객이 원하는 가격과 품질에 맞춰 제때 공급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소비자보다 기업고객 마케팅이 강하다. 세계 TV와 휴대폰 시장에서 소비자 마케팅의 맛을 봤으나 애플과 같은 마케팅기업과 거리가 아직 멀다.
삼성은 아이폰4 출시일에 맞춰 갤럭시S를 공개, 세계의 시선을 확 잡았다. 애플처럼 예약 판매도 했다. 세계 119개국 동시 출시도 선언했다. 미국에선 주요 통신사업자 모두 한꺼번에 공급했다. 특정 통신사업자만 거래하며, 출시 지역을 단계적으로 넓혀가면서 붐을 조성하는 애플과 다른 차원의 마케팅 전략이다. 삼성은 제조기업을 넘어 글로벌 마케팅 기업으로도 커나갈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각에선 이런 삼성을 애플 따라쟁이로 평가절하한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최근 칼럼은 애플과 비교해 삼성을 IT혁신기업이라기보다 `미투(me-too) 전략‘을 쓰는 수동적인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2인자인 삼성이 1위에 오르기 전에 선택한 전략일 뿐이다.
삼성이 애플에 고마워할 이유가 또 있다. 삼성은 애플로 말미암아 세상을 움직이는 ‘소프트파워’를 확실히 깨달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애플에서 봤듯이 ‘소프트파워’ 없이 새 시장의 개척자가 될 수 없다. 삼성이 그동안 이를 중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반도체사업부는 별도로 소프트웨어 인력도 뽑아봤다. 그러나 개별 사업부의 한계는 뚜렷했다. 이젠 그룹과 전사 차원의 지원이 뒤따른다. OS에도 손을 댔다. 제조업 이미지가 굳은 삼성을 외면한 소프트웨어 인재들도 달리 보기 시작했다. 물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그렇다 해도 삼성은 아킬레스건인 소프트파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회가 생겼다. 이러니 삼성에 애플은 ‘너무나 고맙고, 예쁜 당신’이 아니겠는가.
신화수 취재담당부국장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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