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연간 13조70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과기 거버넌스(지배구조) 혁신안을 두고 과기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일관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설립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민간위원회(위원장 윤종용, 이하 민간위)는 최근 현행 자문형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대통령 직속 국가연구개발위원회’로 전면 개편하고, 기초 및 산업기술 연구회 산하 26개 출연연을 통폐합해 ‘국가과학기술연구소’를 설립하자는 발전안을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했다. 민간위의 발전안은 과학기술계 조직을 상위, 중위, 하위 3개의 거버넌스 체제로 분류했다.
상위는 과학기술정책의 최고 기구인 국가연구개발위원회(위원장 장관급)를 설치하고, 인사·조직·예산·평가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행정기관형 상설 위원회를 제안했다. 또 집행기능을 가진 사무국(국가연구개발원)을 설치해 R&D 전략 및 과제 설정에서부터 예산 편성 및 조정, 출연연의 관리 감독을 맡도록 했다.
중위는 출연연을 통합한 국가과학기술연구소를 단일 법인으로 만들고, 건설기술연구원 등 특정 부처에 집중되는 연구기관은 해당 부처로 이관해 하위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이외에도 기업의 성격에 부합하는 연구소는 민간에 매각하거나 위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발전안이 알려지면서 실현가능성을 놓고 관련 부처와 과기계는 조금씩 다른 입장을 보였다. 컨트롤타워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그간의 수많은 제안처럼 중도하차하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과기계 한 단체장은 “발전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기본법, 정부출연기관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 작업은 물론이고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 등 R&D 예산권을 가진 부처들이 그 권한을 내놓아야 하는데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실리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각 부처도 민간위의 이 같은 안이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것으로 평가했다.
발전안을 보고 받은 이 대통령은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수긍했지만 출연연 개편이 구조조정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각 부처와의 조정 작업도 필요하고 국회와의 컨센서스도 필수적”이라면서 “R&D자금에 대한 조정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민간위의 발전안에 대해 다각도의 검토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전망에 대해 뭐라고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간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지적을 보완할 수 있는 몇 가지 추가 안이 있다”면서 “이른 시일 내 각 부처와의 조정 업무를 통해 관련 법 개정작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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