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반복되는 금융위기
김용덕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얼마 전 국제결제은행(BIS)은 연례 보고서에서 지금이 바로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지만 금융 시장이 다시 위험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급히 취해야 할 조치라고 강조했다. BIS는 세계 주요 54개국 중앙은행의 모임으로 일명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이 연례 보고서에서는 금융 시장의 위험 선호 성향이 이번 유럽발 위기를 또 다시 촉발시킨 원인이었다며, 세계경제가 자생력을 갖추려면 각국은 경기 부양책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신속한 지원책이 금융위기가 최악의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는 했지만, 일부 정책이 실물경제와 금융부문에 반드시 필요한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고 지목했다. 따라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취약한 금융 시스템의 상황에서 초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환자를 다시 주저앉게 하고 체질 개선 노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세계경제가 당면한 3대 과제는 과다한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금융 산업의 자본 건전성 부족, 느슨한 금융 규제 등이라는 게 BIS의 지적이다.
지난 1997년 한국 경제를 나락에 빠뜨렸던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10년 뒤 미국 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재발시킨 글로벌 금융위기, 또 다시 1년도 채 안돼 발생한 유럽발 금융위기…. 도대체 무엇이 금융위기를 되풀이하게 만드는가.
신간 ‘반복되는 금융위기’는 과거 두 차례 금융위기에서 근본적인 원인과 본질을 정확히 진단하고, 국제 금융계와 한국 금융이 되새겨야 할 교훈을 조망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위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하지만 갈수록 금융위기의 주기가 짧아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거듭되는 금융위기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도저히 없는 것일까.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은 이런 의문에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자는 근래 두 번의 경제 위기가 각각 과다한 외채와 은행의 부실 대출에서 비롯됐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공통적으로 과잉 유동성과 금융 회사들의 과당 경쟁이 촉발시킨 무모한 대출, 지나친 금융 자율화, 시장의 실패, 감독 당국의 역량 부족 등이 만들어 낸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얘기다. 또 근원적으로는 탐욕과 부주의, 망각이라는 우리 인간의 속성이 그 속에 깔려 있다. 너무 단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책은 금융위기의 원천적인 해법 또한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성찰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두 차례 금융위기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교훈 역시 명쾌하다. 정부는 시장에 과잉 유동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고, 시장 스스로도 무리한 대출과 투자를 자제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로 적정 자본과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감독 당국(watchdog)은 말 그대로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책의 대미에서는 현재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새로운 금융 규제 감독 체계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새로운 해법과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살펴본다. 2만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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