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순 글루시스 대표이사 sspark@gluesys.com
역사 이래 어느 분야에서든 선구자들이 있다. IT업계에도 흔적을 남긴 선구자들이 있다. 멀리 다른 나라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이 작은 나라에서도 나열하자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업과 창업자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위험부담을 무릅쓰며 자신을 던져서 기술을 개발하고 IT사업을 일으켰다.
이들을 보면 시장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쏟아 넣고 집도 팔아 넣고 젊은 시절의 정열을 몽땅 부어 넣어서 짧게는 5년, 길게는 십수년을 자신의 신념에 걸었다. 몇 명의 혈맹관계 동지들과 골방에서 시작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세월을 내 달렸다. 그래서 지금의 그들 중 어느 정도는 잘 잡힌 기반을 동력으로 다음 단계를 향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 일부는 살아 숨만 쉬고 있고, 나머지는 그 짧은 세월에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아, ‘아 거기?’하며 기억을 되돌려야만 한 자락이 잡힐까 하는 정도로 잊혀져 있다.
결과에 관계없이 이들이 우리 미래에 대해 건강한 풍요를 고민하며, 도덕적 가치에 부합되는 산업분야에 대해 주로 선각해 솔선했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지향적인 서비스 아류산업에만 과밀하게 집중하며 이익의 결과만을 추종하는 일부 대기업들이 부의 중심에 서 있고, 피 흘린 노고의 대가를 가로챈 기회주의적 승냥이라도 먹이를 움켜쥐고 있으면 칭송받는 이 세태 속에서 이들 선구자의 가치는 우리에게도 평가 절하되어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남아있는 이보다는 잊혀진 이가 훨씬 많다.
그렇지만 거두절미하고, 그들이 벌인 사업의 성패 여부를 떠나 그들의 가치는 인정되어야 한다. 비록 그들의 사업방향이나 아이디어가 미흡한 완성도를 보이고, 프로페셔널한 사업의 영역에서 그들의 대응과 접근방식이 미숙해 일반인에게 꿈을 키워주기 보다는 어리숙한 흉내쯤으로 평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먼저 역사 속에서도 자신을 던진 선구자들의 선각과 솔선에 의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꿈이 우리 꿈이자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작은 지식과 일천한 경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꿈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불만분자(?)인 우리의 현실 앞에서 먼저 가능함을 보여주며 내달리는 모습이, 그냥 경마장 구경거리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또한 간절한 꿈이자 소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타까움과 소망을 가지면서 선구자를 보지만, 선구자의 삶을 셈법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그의 일획으로 그가 백만장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그는 인생을 바쳤고, 많은 삶의 오랜 시간 동안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을 포기해왔다. 또한 소중하다고 일컬어지는 많은 것을 잃어왔고, 그것을 되찾을 수는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게다가 성공의 문에 이르지 못한 경우는 더욱 더 그렇다. 선구자는 이곳 세상의 셈법으로는 밑지고 산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무모한 삶이다. 이렇듯 선구자들의 마이너스 셈법을 바꿀 새로운 공식은 없다. 다만 다행인 것은 이들은 이 셈법을 잘 모르거나 당연시 한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외산 제품을 독점적으로 가져다 팔면서 갑을관계의 견고성을 뿌듯해하며 유통 파워를 최고의 노하우로 자랑하는 현실 속에서, 지금도 크고 작은 아파트형 공장에서 늦은 밤에 불을 밝히며 새벽을 기다리는 우리의 선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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