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한 시기는 국내 IT산업의 발전과 맞물린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집약형산업 위주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옮겨가면서 국내에 진출한 반도체업체들도 그 모습을 바꿔왔다.
◇전자산업 태동기, 단순 조립공장=초기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외국 자본에 의해 태동했다. 시작은 지난 1965년 미국 코미가 국내에 ‘코미반도체’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후 페어차일드·모토로라 등이 진출했다. 이 회사들은 당시 값싼 국내 노동력을 활용해 단순히 조립품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장을 세웠다. 지난 1976년에는 필립스전자가 국내에 반도체 및 전자부품사업부를 개설했다. 필립스 반도체사업부는 지난 2008년 필립스에서 분사해 NXP반도체가 됐다.
◇1980∼1990년대 지사 설립 붐=1980년대 들어서면서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자 국내에 영업소만 두던 외국계 반도체업체들도 하나 둘 국내에 지사를 차렸다. 영업·마케팅 위주의 소규모 사무소에서 기술 지원 엔지니어도 선발하는 등 몸집을 서서히 불려갔다. 지난 1988년 미국 TI가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국내 일반 소비자가 PC를 구매하기 시작하던 1980년대 후반에는 CPU업체들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AMD코리아(1987년)와 인텔(1989)이 그 주인공이다.
퀄컴은 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과 지난 1995년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퀄컴의 성공과 삼성전자, LG전자 휴대폰사업 약진은 궤를 함께했다. 퀄컴은 스마트·태블릿PC를 겨냥한 ‘스냅드래곤’ 모바일 프로세서, 4G 롱텀에벌루션(LTE) 기술도 개발해 국내기업과의 ‘윈윈’ 관계를 지속시켜 나갈 계획이다.
◇2000년대 시스템반도체업체들의 각축장=2000년대 삼성전자, LG전자가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국적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이어졌다. 또 국내 R&D센터가 설립되는 등 R&D기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전력용반도체 분야 세계 1위 업체 인피니언도 지난 2001년 지사를 세웠다. 이외에도 유블럭스·에너지마이크로·로옴·아바고·맥심·미디어텍 등 다양한 분야의 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했다.
아바고·맥심·아날로그디바이스·퀄컴·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 등은 국내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선두 IT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R&D를 진행함으로써 최신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재 확보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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