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수요관리 구현의 전제조건은 △비전의 구체화 △제도정비 △정책지원 세 가지로 압축된다.
비전의 구체화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통합수요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수요관리는 최소한 세 가지 측면에서 저탄소 녹색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에너지절감을 통해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줄여준다. 이는 석유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설비 증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다음 통합수요관리는 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보다도 비용 효과적으로 에너지효율 향상을 달성할 수 있어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동력의 하나로 봐야 한다. 또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대응 정책과 융합할 필요가 있다.
통합수요관리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 ‘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때문에 우선 제도정비와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각각 진행되고 있는 수요관리를 한데 묶는 일은 희망사항으로 그칠 수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전기사업법에 수요관리 법령이 분산돼 있고, 이의 관리감독과 지원업무가 여러 부처 및 기관에 분산돼 있어 ‘컨트롤 타워’가 절실하다. 또 앞으로 그린IT와 수송 등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하는 분야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지기 때문에 더욱 많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통합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법령 부문에서는 우선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강화해 통합수요관리 추진을 법에 명시하고 관리기관의 기능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음 단계로 통합수요관리 대상사업자를 민간 기업으로 점진 확대해 전체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관리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또 에너지공급 효율향상 의무제도(EERS)를 도입해 궁극적인 에너지효율 향상 효과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즉 1단계와 2단계를 통해 통합수요관리 기반을 형성하고, 이후 에너지공급자에게 효율향상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다양한 에너지원 간 통합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에너지공급자들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에너지 공급을 늘리려는 ‘이기주의’에 빠져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물론 개별 공급자들로서는 이러한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으나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에너지 비효율이 발생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에너지원 간 통합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 마련과 정보 교환이 필수적이며 이를 담당할 전담기구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원별 지원금도 통합해 가장 효율적인 곳에 이 자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책지원 문제도 위에 언급한 과제들의 연장선상이다.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의 경우 에너지 공급자 정보와 소비자 정보를 각각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에너지관리공단 등 전담 기관으로 일원화해 관리하고 필요시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통합수요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통합 평가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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