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가 강북3구의 14배
한국씨티ㆍSC제일ㆍHSBC은행 등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및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서울ㆍ강남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지역 편중` `영업 특화전략` 등 상반된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씨티은행의 국내 영업점(출장소 포함)은 모두 222개다. 이 중 서울(98개)과 인천ㆍ경기(88개) 등 수도권에만 무려 84%에 해당하는 186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62%인 국민은행은 물론이고 70% 수준의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수도권 집중도가 너무 높다.
SC제일은행도 전국 402개 영업점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무려 300개가 포진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도가 75%에 달한다. HSBC는 전국 11개 지점 중 8개(73%)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외국계 은행 지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무엇보다 수익성 때문이다. 부(富)와 경제력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이런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은행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행 점포 배치상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울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강남ㆍ북 차별 현상이다.
3개 은행의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노원ㆍ도봉ㆍ강북구 등 `강북 3구` 간 영업점 수는 무려 1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강남 3구가 강북 3구에 비해 인구가 30만명 정도 많다는 것을 고려해도 차이가 너무 난다.
실제 씨티은행은 서울 98개 점포 중 강남 3구에 절반 이상인 5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강북구에는 단 한 개의 점포도 없으며 강북 3구를 합쳐도 점포는 4개에 불과하다.
SC제일은행도 서울 402개 점포 중 강남 3구에만 88개를 운영 중이지만 강북 3구에는 6개의 점포뿐이다. HSBC는 아예 강북 3구에는 점포가 없다.
문제는 서울과 지방 간, 그리고 서울 안에서도 강남북 간 지점 수 격차는 더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향후 2년간 한국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6개월에 25개씩 지점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SC제일은행은 올해 3월 말 현재 9개 점포를 신설했다. 그런데 서울이 7곳이고 나머지 2개도 광명 일산 등 수도권이다.
씨티은행은 지점 분포에서도 보듯이 사실상 서울과 강남 등 이른바 부유층과 대기업 밀집 지역에 대한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8일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타깃 고객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 수를 20~30%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서울ㆍ강남 집중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 외국계 은행의 영업 전략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수익을 좇아 서울과 강남 쪽에 지점을 많이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지역 주민의 불편은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돈벌이도 안 되는 지역에 공익적 차원에서 지점을 열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서울ㆍ강남 집중 현상은 국내 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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