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우수영재 갈곳이 없다.

최근 각종 해킹방어대회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지만 이들이 특기를 살려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은 매우 부족하다. 일례로 서울 소재 대학 중 정보보호학과가 있는 곳은 서울여자대학교뿐이고, 정보보호 전문대학원도 고려대학교가 유일하다.

부산과학영재고(옛 부산과학고) 3학년 이대근(18)군은 지난해 정보보호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대입을 앞둔 이 군은 고민 끝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보보호 분야에 흥미를 느껴 계속 공부할 생각이지만 해당 학과를 둔 대학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유사 학과를 선택했다.

이 군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 컴퓨터 관련 기본 이론을 배우면서 보안 분야 전문 지식과 노하우는 정보보호 동아리에서 따로 배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홍 KT 과장은 “대학 때 보안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보호 담당 직무를 맡게 됐다”면서 “대학에 정보보호학과도 드물지만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보안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는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대근 군처럼 상당수 정보보호 영재들은 보안동아리에서 교수와 교과서도 없이 스스로 공부해 전문성을 키우는 실정이다. 컴퓨터공학과에서 배운 이론은 컴퓨터 전반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실제 보안을 다루는 데 있어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지난해 7·7 분산서비스거부 대란 이후 화이트해커 등을 포함한 정보보호 전문인력 3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고용형 석사 과정·대학정보통신 연구센터(ITRC) ·현장인력 양성 등 대학원생과 실무 담당자에만 해당하는 사업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보보호 전문인력 양성 계획에 정보보호 영재들에 대한 지원책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입상을 하면 해당 분야의 실력을 인정해 대학 입학 시 특전을 주는 것 처럼 정보보호 분야에도 이 같은 지원 체계를 만들어 젊은 인재들이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대학의 정보보호 전문 학과 신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인 한국정보보호학회장은 “정부가 사이버 보안인력을 양성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대학 현장에선 정부 지원을 체감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코드게이트 2010’ 국제해킹방어대회 본선에서 외국대학팀이 1∼3위를 싹쓸이 한 것은 정보보호 인재에 대한 정부의 인력 양성 정책 방향을 곱씹게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in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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