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월드컵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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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을 대표하는 축구단은 맨유로 불리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FC와 첼시FC다. 맨유는 박지성이 소속된 구단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프로축구 클럽이다. 1878년 처음 만들어졌으니 올해로 13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우승 횟수도 최다로 구단 가치는 세계 최고다. 특히 맨유는 순수 구단운영을 외부 도움 없이 해 모든 축구클럽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래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의 절반’이란 말도 있다.

 첼시는 1905년 창단된 축구클럽으로 1970~1980년대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은 후 부동산개발업자 켄 베이츠에게 단돈 1달러에 넘어가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2003년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브로모비치에게 매각돼 스타선수를 영입하며 맨유의 신흥 라이벌로 부상했다. 첼시는 2009년 초 히딩크를 감독으로 영입해 2009-2010시즌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히딩크 감독 시절 한국선수 영입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다. 만약 성사됐다면 맨유의 박지성과 더불어 한국팬들을 많이 확보했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는 맨유 박지성의 활약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다. 이제 축구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세계인의 스포츠다. 축구는 세계가 열광하고, 야구는 미국·일본·한국만 열광한다고 한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다. 남아공 월드컵은 아프리카 대륙에선 처음 열리는 대회다. 대륙을 순환해 개최한다는 FIFA의 원칙에 따르면 최소 20년 동안에는 아프리카에서 월드컵이 열리지 않는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기업들로서는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TV 중계로 전 세계인들에게 제품이나 회사를 광고할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 현대기아차는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지 않았지만 업계는 3000억~5000억원 선으로 내다본다. 투자 이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공식 스폰서가 되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펼친다.

 이제 월드컵도 전반전이 지났다. 지구촌 한구석에서 열리는 월드컵으로 전 세계가 열광할 때 아시아 빈국 중 하나인 파키스탄 북동부 시알코트의 어린이들은 공인구 자불라니를 만들기 위해 곡선으로 된 가죽 8조각을 수백 번의 바느질을 해야 한다. 이곳의 200여개 기업은 1년에 3000만개 이상을 만들어 아디다스나 나이키 등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에 납품한다. 한뜸 한뜸 바느질로 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서 바느질을 하면 하루에 적게는 서너 개, 숙련되면 열 개까지 만든다. 공 하나에 100~150원의 급여를 받는다.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해도 일당 2000원을 넘지 않아 아무리 물가가 싼 인도·파키스탄이라도 이 정도 급여로는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남아공 현지 SAPA통신에 따르면 이번 2010월드컵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거둘 수익이 32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지구촌 축제여야 할 월드컵이 상업화한지 이미 오래다. 지금껏 FIFA가 월드컵 수익을 개도국의 축구 발전을 위해 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스포츠의 승자 뒤에는 눈물 흘리는 패자가 있듯이 환호의 축제 뒤에는 고통받는 또 다른 삶이 있다. 환호하는 90분의 경기 뒤에 하루 900분(15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개도국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승모 전자담당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