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데스크칼럼-엔터프라이즈 2.0과 협업 백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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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시점에 꼭 가보고 싶은 해외 콘퍼런스가 있다. 미국 테크웹이 주최하는 ‘엔터프라이즈 2.0 콘퍼런스’가 그것이다. 다른 유명 콘퍼런스도 많지만 유독 이 콘퍼런스에 애정이 가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엔터프라이즈 2.0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다. 앤드류 맥아피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2006년 이 개념을 처음 내놨을 때 필자는 일종의 전율을 느꼈다. 당시 웹 2.0에 대한 영향으로 툭하면 ‘xx 2.0’식의 조악한 조어가 유행할 때였는데, 필자는 유독 엔터프라이즈 2.0에 대해서만은 패러다임 변화를 적확하게 예견한 개념이라고 확신했다. 웹 2.0의 사상과 IT기반 경영혁신이 협업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2.0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엔터프라이즈 2.0에 관한 논의가 부족한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다른 신기술이나 트렌드 관련 해외 콘퍼런스는 참석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논의 내용을 얻을 수 있고, 시차를 두고 유사한 논의가 국내에서도 이뤄지곤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엔터프라이즈 2.0 관련 이슈는 해외에서와 달리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콘퍼런스 현장에서 생생한 논의를 몸으로 느끼고 싶은 것이다.

 테크웹의 엔터프라이즈 2.0 콘퍼런스는 이 분야의 유일한 콘퍼런스다. 그런 만큼 주요 트렌드와 도입 사례, 관련 기술과 솔루션 등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14일부터 4일간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엔터프라이즈 2.0 콘퍼런스는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줬다.

 먼저 대형 솔루션 업체들이 이번 행사에 대거 관련 솔루션을 선보였다. 그동안 엔터프라이즈 2.0 콘퍼런스의 부대 전시장에는 주로 전문 벤처기업들이 제품을 선보였을 뿐이다. 올해 행사에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SAP, 시스코, 노벨 등이 관련 솔루션을 출품했다. 공개 소프트웨어나 무료 서비스의 영역 혹은 특화된 소규모 솔루션 업체의 영역이던 엔터프라이즈 2.0 솔루션 시장에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현지에서는 드디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며 흥분하는 분위기다.

 두 번째는 협업 백본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엔터프라이즈 2.0에서 강조하는 협업은 위키, 블로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의 특정 기능을 강조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터프라이즈 2.0은 모든 협업 관련 기능을 통합한 IT인프라를 갖추자는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 정보시스템을 통합한 전사적자원관리(ERP) 같은 기간계 백본 인프라가 있듯이 협업 영역에서도 그룹웨어와 소셜 미디어 기능을 통합한 분명한 협업 IT인프라를 갖추자는 의미다. 특히 스마트폰 열풍과 맞물리면서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소통’의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이 클라우드형 SNS 서비스인 ‘채터’를 내놓으면서 CRM 솔루션에서 소셜 미디어 서비스로 진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 셰어포인트는 듀엣 엔터프라이즈 기술을 통해 SAP ERP시스템과 완벽한 통합을 노리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2.0의 비정형 데이터와 ERP의 정형 데이터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룹웨어 인프라를 교체하면서 블로그, 위키, SNS 기능을 본격적으로 접목하는 사례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셜 미디어 기능은 여전히 비즈니스 컴퓨팅 영역이라기 보다 개인적인 활동에 가깝다. 트위터를 기업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 협업은 비즈니스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협업은 근본적으로 일하는 자세와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과제이지만 협업이 강화되고 고도화될수록 기대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올 하반기 IT전략의 핵심 과제로 협업 백본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 협업 백본을 만들 때는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많은 돈을 들여 장기간 IT시스템을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것보다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솔선수범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협업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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