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Innovation Leader-래리 래피드 MIT 교통물류센터 수요관리 디렉터

 “공급망관리(SCM) 전략을 수립할 때 유명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기 힘듭니다. 또 SCM 인프라를 구축할 때는 최대한 단기간에 단계별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 성공 확률을 높입니다.”

 지난 24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최하고 CIO BIZ+가 후원한 ‘SC2020-차세대SCM’ 글로벌 콘퍼런스 강연차 내한한 래리 래피드(Larry Lapide) MIT대학 교통물류센터 수요관리 디렉터는 “SCM 전략에서 베스트 프랙티스, 혹은 정답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회사 모델을 그대로 베껴오는 것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꼴이라는 얘기다. SCM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전략이어야 한다고 래피드 디렉터는 강조했다. 또 예전처럼 비용절감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래피드 디렉터는 “심지어 일부 기업은 SCM 경쟁력이 없어도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각 회사가 처한 환경과 비즈니스 전략에 맞춰 공급망 전략의 핵심 요소를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모든 부분이 공급망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기업의 생존과 공급망 전략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SCM 전략 정렬이 비즈니스 성패 좌우=과거 델컴퓨터는 저비용과 적은 재고, 최소 현금 순환만을 목표로 모든 공급망 전략을 설계해 운영 우수성을 뽐낸 경우다. ‘매일 저가(Everyday Low Price)’를 표방하며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월마트도 유사한 경우다.

 래피드 디렉터는 “델과 월마트는 효율성에 중점을 둔 사례이지만 애플은 매킨토시·아이폰·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꾼 것이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이라며 “공장 하나 없이 M&A를 통해 신기술을 획득하면서 시장경쟁력과 SCM 경쟁력을 잘 조화시켜 온 시스코도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래피드 디렉터는 최근 수 년간 많은 기업들을 분석해 공통점을 추려낸 결과 시장에서 선전하면서도 SCM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의 공통점이 바로 핵심 가치에 SCM 전략을 일체화하는 ‘전략 정렬(Stratege Alignment)’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동차회사 GM은 과거 30여년간 잘못된 전략을 펼쳐왔다는 것이 래피드 디렉터의 평가다. “생산라인을 제대로 변경하지 못할 정도로 제조 환경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업 전략은 고객 맞춤형으로 강화하다보니 잘못 정렬된 공급망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반면 몇 시간마다 제조환경을 바꿔가며 고객에 대응했던 도요타와 극명하게 대비됐고 결국 GM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고객 대응, 내부 효율성, 자산 활용이라는 3개의 꼭지점을 둔 삼각형으로 치자면 △영업 부문은 고객 대응에 △제조 부문은 내부 효율성에 치우쳐 따로 놀았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에 대해 래피드 디렉터는 “20년 전만해도 이름도 없던 B2B용 반도체 공급회사가 브랜드 가치가 높은 B2C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것이 바로 경쟁력”면서 “B2B와 B2C는 전혀 다른 SCM 전략이 필요한데 삼성전자는 제품마다 다른 전략을 펼치면서 시장에 잘 대응해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성공적인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래피드 디렉터는 삼성전자의 SCM 전략이 우수 SCM 사례로 꼽히곤 하는 의류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래피드 디렉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TV는 선박을 통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비행기를 통해 운송하고, 빅토리아 시크릿의 경우 최신 유행 아이템은 비행기로 3일 만에, 기본 아이템은 선박을 통해 25일 이상 걸려 공급한다.

 HDD의 경우 제품 수명주기가 6개월 가량이기 때문에 선박으로 30일간 이동하면 수명주기의 6분의 1을 버리는 셈인 만큼 비행기로 운송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빅토리아 시크릿도 동일한 원리를 제품 운송에 적용하고 있다고 래피드 디렉터는 평가했다. 이때 선박은 일종의 해상 창고 역할을 하면서, 공급망 효율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처럼 제품과 환경에 따라 그에 걸맞은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래피드 디렉터는 강조했다.

 ◇시스템 구축 전 프로세스·마인드 변화부터=컨설턴트로 일할 당시 SCM 프로젝트 실패 사례를 많이 접했다는 래피드 디렉터는 “SCM 시스템을 구축할 때는 가능한 구축 기간을 짧게 해야 한다”면서 “6~9개월 단위의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추진하면서, 각 단계별로 성과를 경험하면서 다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래피드 디렉터가 야심차게 2년 이상 개발한 SCM 시스템이 있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다가 결국 시스템을 폐기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래피드 디렉터는 ‘프로젝트매니저(PM)’의 역할과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역량 있는 PM이 풀타임으로 프로젝트를 추진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오랫동안 업무에서 빠져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비핵심인력에 SCM 프로젝트 오너십을 주거나 핵심인력에게 PM 역할과 함께 다른 업무도 겸임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은 프로젝트를 실패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래피드 디렉터는 주장했다.

 특히 SCM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 먼저 임직원들의 마인드 변화와 프로세스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래피드 디렉터는 강조했다. SCM 시스템을 구축한 후 프로세스와 업무 마인드를 바꾸려면 효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래피드 디렉터는 “반드시 프로세스 혁신을 한 다음에 시스템을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고령화 등 향후 10년 전략 준비해야=래피드 디렉터는 앞으로 2020년경까지 SCM 전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변수로 △아시아 등지의 신흥 국가의 빠른 성장 △국제 유가의 지속적 상승 △서양에서 동양으로의 경제적 영향력 이전 등 6가지 거시환경 변화를 꼽았다. 래피드 디렉터는 이런 환경 변화에 유념해서 SCM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품 반품 혹은 리콜에 대응하는 리버스(Reverse) SCM 전략도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을 고려해 SCM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신흥국가에서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선진국의 고령화가 신흥국가보다 빨리 진행되는 만큼 선진국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래피드 디렉터는 “지금의 인구변화 추세를 보면 경제력을 보유한 노년층이 늘어남에 따라 제품의 수요와 공급에 많은 변화가 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노년층은 몸이 노쇠하고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화된 맞춤식 제품, 또 모든 기능이 통합된 제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젊은 층은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지만 노년층은 제품 설치조차 어려워하기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서는 기능은 물론 사용용이성까지 고려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공급망 전략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확대될 것이며, IT 기술을 통해 쉽게 제품을 구매하거나 의사의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격 기술도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공장 자동화가 더 가속화될 것인 만큼 이 역시 SCM의 새로운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래피드 디렉터는 “최근 UPS는 55세 이상의 운전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운전자들의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물류교통정보시스템 등도 더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프로필> 래리 래피드 디렉터는

 래리 래피드 박사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MIT대학 교통물류센터의 수요관리 디렉터이자, 새로운 SCM 패러다임을 이끄는 `공급망(Supply Chain) 2020`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총괄 디렉터였다. 대표적인 SCM 리서치회사인 AMR리서치에서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06년 SCMR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SCM 리더십’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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