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의 무한혁신] <11> 애플의 무학혁신 역량

 얼마 전 애플의 시가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주식 시장가치가 큰 회사가 됐다. 만일 2001년 10월 당시 가격 399달러짜리 1세대 아이팟을 사는 대신 애플의 주식을 샀으면 현재 시가로 1만2000달러 정도의 가치가 된다. 이같은 애플의 성공 비밀은 무엇일까. 물론 수없이 많은 요소들이 애플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성공 비결을 보기 위해서는 2007년 1월 9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그날은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발표한 날이다. 같은 날 애플은 이름을 ‘Apple Computers Inc’에서 ‘Apple Inc’로 바꿨다. 이것은 더 이상 자신들을 컴퓨터 만드는 회사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그렇다면 애플의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해 그것은 디지털 혁신이다. 애플의 핵심 역량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존 제품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소개할 때, 주머니 속의 인터넷이라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아이폰은 무선전화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이름도 애플이 붙인 것이 아니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흔히 아이패드는 다른 컴퓨터에 비해 기능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확장성도 없다고 한다. 아이패드를 컴퓨터로 생각한다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애당초 컴퓨터로 태어나지 않았다. 아이패드는 책·잡지·신문·DVD 플레이어·사진 틀 등 일상용품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그런 제품들의 의미를 파괴하고 변화시키는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컴퓨터로의 아이패드는 확장성이 부족하고 폐쇄적인 구조를 가졌지만, 신문·잡지·책·사진 틀로서의 아이패드는 확장성을 가진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아이패드를 만든 애플의 의도는 기존 컴퓨터 사용자들로부터 컴퓨터 사용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던 사용자들이나 컴퓨터가 사용될 수 없었던 일상의 제품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디지털 무한혁신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

 무한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을 창조적으로 적용해 기존 제품의 의미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역량에 있다. 이제까지 애플의 성공 비밀은 바로 컴퓨터라고 하는 좁은 영역에 국한돼 있던 디지털 기술을 보다 넓은 삶의 영역에 창조적으로 적용해서, 우리가 기존에 익숙하게 여기고 있던 제품들의 의미를 새롭게 바꿔 나가는 데에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애플에 대응하는 경쟁업체들의 상상력 부재다. 디지털 무한혁신은 더 이상 기술력만의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상상력의 싸움이다. 제품의 의미를 누가 먼저 선점하는지 하는 싸움이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 삶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아직 얼마되지 않았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삶의 영역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진정으로 애플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더 이상 애플의 뒷북을 치며 또 다른 스마트폰, 또 다른 태블릿을 만들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삶의 부분을 창조적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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