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수 소설 ‘장외인간’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보름날 산 중턱에 앉아 하늘을 보며 밤새 달을 기다린다. 그러나 새벽까지 달은 떠오르지 않는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느라 너무 바빠 하늘 본적도 오래다. 그래서 언제 달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주변 모두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노랫말에 ‘금시초문’이라며 그 누구도 눈부신 달빛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난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에는 두 개의 달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어느날 새벽 창가에서 무심코 하늘을 보니, 떠있는 달이 두 개다. 청부살인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세상은 언제나 불안하고 비정상적이다. 혼돈과 불안에 익숙한 사람들은 ‘당연한 거 아냐? 달은 작년부터 두 개로 늘어났어’라며 태연하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은 주기적으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천연위성(天然衛星)이다. 지구의 공전궤도와 자전주기는 물론이고 밀물과 썰물을 불러오는 기조력(起潮力)에도 영향을 미친다. 달이 정말로 하늘에서 사라진다면 지구는 일대 혼란 그 자체다. 현실적으로 달이 사라지거나 두 개가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소설에서 사라진 달은 우리 마음 속 달이다. 장외인간 주인공이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도 하늘을 바라보고, 사라졌던 보름달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1Q84 시대에 사는 주인공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가야지…’라며 희망으로 가슴이 따뜻해지자 불안과 혼돈의 달은 사라지고, 크고 밝은 달 하나만 남는다.
우주와 달을 향한 도전은 인간의 오랜 꿈이자 숙원 과제다. 이런 염원을 담아, 6월 9일 전남 고흥에서 나로호가 다시 한번 힘찬 도전에 나선다. 이번 2차 발사는 지난해 위성 궤도 진입 실패를 만회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월드컵 시즌에 끼여 세간의 관심이 지난해 1차 발사 때만 못하다. 월드컵이 그냥 축구 경기가 아니듯, 나로호도 인공위성 하나를 쏘아올리는 단순한 우주 쇼(Show)가 아니다. 이날 나로호는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와 우주를 향한 희망을 담고 하늘로 날아간다.
그런 만큼,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나로호가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치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길 간절히 기원한다. 1단·2단 발사체와 지난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으로 추정되는 페어링(위성덮개) 분리 과정을 순조롭게 이어가면서 나로호에 실어보낸 과학기술위성2호가 궤도에 무사히 안착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상국인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 최초의 교신이 전해오면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우주 강국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게 된다.
부디,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으면 좋겠고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1년 365일,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국민도 나로호가 발사되는 하루만큼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꿈을 그려보는 날이 됐으면 한다.
주상돈 경제과학담당 부국장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