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배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일부 전력, 에너지, 화학기업들은 기후변화라는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이들은 뒤에서 언급될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4가지 원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에너지 기업들은 특히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오늘날 온실가스 배출의 주 원인으로 에너지 생산과 사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것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이 전력업계의 책임이며 전력 이외에도 화학, 금속, 광산, 임산물 등 기타 에너지와 관련된 분야를 모두 아우르면 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폭 커지게 된다. 따라서 규제당국이 탄소배출에 관한 정책 및 목표를 수립할 때 이 분야를 주된 표적으로 삼는 것이 결코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에너지 업계의 반응도 매우 민감하다. 최근 액센츄어가 29개국 133개 에너지 관련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는 ‘저탄소 경제의 시대에 높은 성과를 달성할 전략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탄소 경제는 규제 당국, 투자자, 고객, 직원들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서도 지향해야 할 기준이다. 그러나 탄소배출에 관련된 정책 및 목표의 방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장에서 선두 위치에 있는 일부 에너지 기업은 향후 정책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이 기업들은 아래의 4가지 주요 원동력을 적극적으로 관리,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한 독자적 경쟁우위를 구축하고 있다.
#정책개발
대부분 국가에서 기후변화 정책은 현재 협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국제적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미 기후 변화에 대한 정책의 틀이 잡혀 가는 국가에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책은 여전히 변화 중이고 불완전하며, 온갖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계속 변하기 때문에 기업은 그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해외 사례에서 성공 및 실패의 교훈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타 국가들에서 이미 실행중인 정책을 잘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결정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기업은 온실 가스 배출에 관련하여 잠재적으로 달성 가능한 배출량, 달성 가능 시점, 이에 필요한 비용, 업계에서의 경쟁력 구축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 저탄소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 툴 등에 얽힌 핵심 사안들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국제적으로 결속해야 한다.
#고객태도
고객이 저탄소 솔루션에 뒤따르는 추가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르게 변화해 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적 윤리의식에 의한 것이든, 시장 포지셔닝을 위한 것이든, 일부 기업 및 소비자 고객들은 탄소 배출 제로 건물, 하이브리드 자동차, 스마트 미터 등 저탄소 솔루션에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돼있다. 일부 에너지 기업들은 이와 같이 급증하는 수요를 재빨리 포착,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2001년 9월 영국 인구의 5분의1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프랑스계 기업 EDF에너지는 그린관세(Green Tariff)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더 많은 재생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그린관세를 내기로 결정한 고객들은 학교의 태양열발전 패널 등과 같이 지역공동체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한 그린에너지펀드(Green Energy Fund)에 기여하게 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컴퍼니가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 고객들에게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기술혁신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지원 정책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했으며, 일부 응답자는 저탄소 및 대체에너지 솔루션 개발에 R&D 및 혁신 역량을 이미 집중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차세대 혁신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혁신을 통해 경쟁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이 앞으로는 선두에 서게 될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임원들이 현재에도 개발 진행 단계에 있는 탄소 포집, 분리 및 저장 기술의 잠재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전력, 석유, 화학, 금속업계에서 이와 같은 낙관적 전망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를 깊은 지하에 위치한 저장소 등으로 운송하는 프로세스는 탄소배출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혁신 및 투자 결정이 진전되어야 하며 이 외에도 기업이 내려야 할 복잡한 결정 사항들이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최신 기술 발전 현황 및 실현 가능한 혁신방안을 늘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우 유연한 R&D 역량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연구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학계와 협업하고, 업계기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 혁신
에너지 효율화 기술, 스마트 그리드, 재생에너지 및 탄소중립 건물 등 에너지 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솔루션과 공급자 측의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함께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전력 시설도 해당 모델의 기반이 되는 분야 중 하나로 일부에서는 이미 소비자 가정 내 자가발전 모델을 공급하기도 했다. 또한 복수의 소규모 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와 마치 단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과 같이 통합 판매하는 가상발전소도 일부 시장에서 실현 가능한 제3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에너지나 자원 생산 업계 이외의 분야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대형 유통업체는 마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이 고객들에게 전력을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기업은 전형적인 업계의 관례를 벗어난 방식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한다. 일본 전력회사들의 경우 전기자동차 개발을 위해 자국의 자동차업계와 협업한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전력회사는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건물을 짓기 위해 건설업계 및 도시계획자와 긴밀히 협업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기회는 처음에는 작은 시도로 시작되지만, 이를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상당하다. 게다가 자본시장에서도 경영 활동에 탄소 배출량을 염두에 두는 에너지 기업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재생에너지 솔루션으로 무장한 기업에 다수의 대형 자본이 몰리고 있는 추세가 그 증거다. 또한 건물의 탄소 배출량 감소에 더 주력할 수록 부동산 감정에서 유리하게 책정되기도 한다는 사례도 있으며,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한 일부 금융기관은 해당 부동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관리 시스템 및 기술에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기후변화 정책이 점차 정교해지고 전세계에서 다양한 단계로 실행됨에 따라, 탄소 배출에 제약이 따르는 환경에서 혁신 비즈니스 경험을 보유한 기업들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와 같은 기업들은 향후 저탄소 경제 환경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 선두 그룹으로 포지셔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욱 액센츄어 TGP 이사 jeong-wook.lee@accen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