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은 경제적 풍요와 국부창출의 원동력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의 막대한 예산이 과학기술 개발에 투입되고 과학기술의 발달은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발표한 특수상대성 이론은 이후 발전한 원자핵, 소립자 연구의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1932년 중성자가 발견되고, 1939년 우라늄 핵분열 현상이 확인될 당시만 해도 대다수 미국 물리학자들은 원자핵에너지나 원자폭탄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의 원자폭탄 연구가 독일보다 1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이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결국 인류는 원자폭탄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막대한 R&D 자금을 투자해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이루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맨해튼 프로젝트가 자주 인용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충분한 과학적 지식의 토대 위에 기술적 기반이 축적된 상태에서 우수한 인력과 자본이 지원되었기 때문이다.
과학이란 엄정한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수많은 이론과 제반 기술적 기반에 더해 사회적 여건까지 갖추어졌을 때 기존에 불가능하던 것이 가능하게 되는 기적이 이루어진다. 제대로 된 계획 없이 단순히 막대한 예산만 투입한다고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는 분명 자신이 연구하려는 과학적 진실의 발견 가능성과 기술의 개발 가능성을 판단하고, 더 나아가 이로 인해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도전적인 연구를 진행하다가 설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연구의 성실성만 인정되면 실패를 받아들이는 성실실패 용인제도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최근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온라인 전기자동차, 모바일하버 사업도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순전히 개인적 차원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믿고 단 한 번의 객관적인 타당성 검증 없이 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타당성 검증 결과, 두 사업 모두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단기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함으로써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사업 초기부터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개발된 기술은 원천기술이라 하기에 부족한 수준으로 향후 상용화 가능성 역시 극히 희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 분야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독단과 아집에 빠져 다른 전문가들의 객관적 판단을 도외시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을 발판삼아 기술적 결함이나 오차 등에 대한 끊임없는 보완이 요구되고 (과학 분야는) 기술 개발에 대한 결과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정직하고 정확하게 도출되기 때문이다.
현대문명은 불가능해 보였던 새로운 기술개발을 꿈꿨던 도전정신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획기적 기술이 개발되어 온 유구한 역사가 지속적으로 축적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마리 퀴리는 “삶을 꿈으로 만들고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을 현실로 이루려면 치밀한 계획과 더불어 그 과정에서 객관적 비판과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막연한 꿈만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면 꿈은 한낱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songpaga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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