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봄, 아이폰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국산 휴대폰이 아이폰 출현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현상들로 여겨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아이폰이 뭔가. 아이폰은 애플이 휴대폰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방송서비스를 융합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휴대폰 네트워크와 무선인터넷 네트워크가 융합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보급률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은 아이폰과 같은 서비스가 먼저 나왔어야 했다. 이것을 놓친 것은 휴대폰의 작은 성공에 취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안이함의 결과다. 이른바 ‘성공의 실패’를 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만 보면 국산 스마트폰과 애플의 아이폰은 별 차이가 없다. 음성 통화 기능 등 어느 면에서 보면 국산 스마트폰의 성능이 더 우수한 것은 사실처럼 보인다.
문제는 콘텐츠다. 콘텐츠가 하드웨어와 독립적인 ‘콘텐츠 중립성’이 보장되면, 하드웨어가 우수한 회사가 승자가 될 수 있다. 애플에 들어있는 앱스토어의 콘텐츠를 국산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면, 국산 스마트폰이 승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콘텐츠는 서로 밀착돼 있다. 오히려 상호 협력해 공고한 진입 장벽을 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산업이 살 길은 네트워크회사와 스마트폰 제작사가 협력하여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이다. 네트워크 회사와 스마트폰 회사가 콘텐츠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 스마트PC 시장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모바일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는 개인이다. 프로슈머라고 불리는 개인, 창의적인 개인이 콘텐츠를 만든다. 융합시대에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PC, 더 나아가 스마트TV용 콘텐츠를 거국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선, 국산 스마트폰 제작회사는 네트워크 회사와 적극적으로 제휴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창의적인 개인을 모두 프로슈머로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많다.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프로슈머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를 교육기관에 무료로 제공하는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우리에게 충격을 준 스마트폰 시대, ‘융합의 제1라운드’도 영원할 것 같지는 않다. 와이브로나 와이파이 같은 무선 네트워크가 지금보다 더 광범하게 보급되면, 그래서 모바일 인터넷망이 구축되어 인터넷 서비스가 수돗물처럼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장소에 제공되면 모바일PC가 중심이 된 스마트PC가 새로운 융합서비스의 강자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애플의 아이패드 출현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시장에서 아이패드의 인기는 벌써 아이폰을 능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까운 시기에, 스마트PC를 넘어서 스마트TV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아바타’가 가져 온 3차원(D) 충격이 스마트시리즈의 출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슈머가 만들어 낸 창의적인 콘텐츠와 증강현실 기능으로 보강된 3D 스마트TV가 융합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융합의 제2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눈앞에 다가온 ‘제2라운드’에서는 한국이 승자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내 업체의 분발을 촉구한다.
안문석 국가DB포럼 의장·저작권상생협의체 의장·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