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통신시장에 초록 바람이 분다. 특히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0 세계 엑스포’를 발판으로 삼아 녹색 경제 발전의 열망을 분출하고, 자국 통신표준의 세계화를 꾀할 태세다. 중국이 에너지 절약과 통신기술 고립화의 굴레를 벗는다면, 그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지금 중국 정부와 통신업계가 뛰기 시작했고, 녹색 풍속이 점점 빨라진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3조5353억위안(약 5905조9016억원)에 달해 2008년보다 8.7% 성장했다. 중국 정부가 실행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한 통화정책이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국민 경제의 반등을 불러온 것이다. 이러한 성장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져 GDP 성장률이 10%를 돌파한다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 등극할 수 있게 된다. 위기극복으로 인해 자신감이 충만한 중국인들은 현재 상하이에서 개최되고 있는 엑스포가 중국의 발전에 또 다른 계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하이 엑스포, 녹색발전에 대한 중국의 열망=‘더 좋은 도시, 더 나은 생활(Better City, Better Life)’이라는 주제 선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하이 엑스포는 중국의 양적 경제성장을 넘어, 삶의 질적 성장을 통한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른바 ‘녹색 발전’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가 중국의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전 계층에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제9차 보아오포럼 연차총회의 대주제가 ‘그린(Green) 회복: 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으며, 당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기조연설 중 “아시아 국가 간의 에너지 절약방안, 탄소배출 감축, 환경보호, 신규 에너지원 개발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중국사회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중국 통신시장에 부는 녹색바람=중국 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은 ‘2010 세계 엑스포’를 기해 상하이 전시지역 5.28㎢ 전체에 ‘시분할 롱텀에벌루션(TD-LTE: Time Division-Long Term Evolution)’ 방식 차세대 이동통신 시범망을 구축했다. TD-LTE는 이동통신업계에서 3.9세대(G)라고도 불리는 4G 통신기술의 기준이다. 현재 차이나모바일의 중국식 3G 표준인 ‘시분할 연동 코드분할다중접속(TD-SCDMA: Time Division-Synchronous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의 차세대 표준이다. 엑스포 전시지역에 제공되는 시범망의 실제 속도는 다운로드 기준으로 ‘29Mbps(bit per second)’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 내 가정용 유선 인터넷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 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속도의 10여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상하이 외에도 올해 11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광저우와 샤먼, 칭다오, 주하이 등 연해도시에 TD-LTE의 시범망을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던 3G에서의 열세를 4G의 신속한 도입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주목을 끄는 점은 최근 차이나모바일이 향후 TD-LTE의 상용망 구성에 차세대 그린 라디오 접속 네트워크(RAN: Radio Access Network) 기술인 ‘C-RAN(Centralized, Cooperative, Cloud RAN)’을 도입하겠다고 선포한 점이다. ‘C-RAN’는 많은 전력이 소모되는 이동통신 기지국을 중앙 집중화한 신호처리 방식을 이용해 전력소비를 줄이고 전용회선 사용효율을 높여준다. 이동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축과 관리에 획기적 비용절감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차이나모바일의 에너지절약 기술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정보기술(IT)을 통신에 접목시킨 개념이다.
◇에너지 절약과 기술고립화 탈출의 일석이조 방안=3G에서 국제 표준이 아닌 중국 자체 표준(TD-SCDMA)을 정부로부터 지정받았던 차이나모바일은 3G 국제 로밍(roaming) 불가, 단말 라인업의 한계 등으로 인해 자칫 기술고립화에 빠질 수 있다는 난제를 안고 있었다. C-RAN은 멀티모드 베이스 스테이션(BS: Base Station)의 중앙 집중 관리방식 구현을 통해 2G, 3G 등 세대별 네트워크 통합관리를 지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운영·유지보수 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4G LTE에선 시분할다중(TDD: Time Division Duplex)방식과 주파수분할다중(FDD: Frequency Division Duplex)방식의 통합구현을 통해 이종 표준 간 국제 로밍 실현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여러 이동통신사업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이동전화 가입자 규모가 5억4000만명에 이르고, 시장가치가 약 25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통신사업자로 성장한 차이나모바일이 국제 이동통신 표준 시장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준용 KT차이나 전략기획실장 turandot@kt.com